[굿모닝 이데일리]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련의 계절'

by이진우 기자
2013.08.01 07:02:22

잇단 대형사고로 곤욕…언론 비판에도 예민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참 괜찮은 자리다. 특히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점수 따기가 참 좋은 자리라는 얘기다. 본인이 욕을 먹지 않으려고 하면 웬만해선 특별히 욕을 먹을만한 일이 잘 생기지 않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경제가 좋지 않다고 대통령을 비난하긴 하지만 서울시장 탓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경제를 살릴 뾰족한 답이 없기는 미국 연준 의장 버냉키이나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나 박근혜 대통령이나 박원순 시장이나 다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책임론의 불똥이 서울시장에게까지 튀지는 않는다.

대통령은 조용히 있으면 ‘대통령이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뒷말이 나오기 십상이지만 서울시장은 조용히 있으면 묵묵히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풀기 어려운 문제, 욕 먹을 만한 일은 결정하지 않고 넘어가도 국가적 대사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반면 뭔가 해보고 싶으면 대통령이 아니라서 이건 못한다고 할만한 일도 없다.

불법 대부업체 일제 단속이나 서민금융 상담 같은, 일견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일 것 같은 일들도 요즘은 서울시가 나서서 하고 있다. 뭘 하려고 하면 참 할 일이 많지만, 안하고 피하려고 하면 별 할 일이 없는 그런 자리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발언은 하지 않고 넘어갈 충분한 명분도 있고, 굳이 하고 싶다면 여러 자리를 빌어 자기의 의견을 말할 수도 있는 자리다.



그런 ‘골디락스’ 같은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며 착실한 행보를 내딛고 있던 박원순 시장에게 요즘 시련이 닥치고 있다. 잇따라 터지는 공사 현장의 대형 사고들 때문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맞는 위기 상황인 듯하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에 이어 방화대교 상판 붕괴사고까지 박 시장을 동분서주하게 만드는 일들이 툭툭 불거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사고들만 아니면 서울시장이 욕먹을 일은 별로 없는데, 그런 몇 안되는 사고들이 계속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시장이 사고 현장에 몇 시간만에 도착했느냐를 놓고 언론들은 박 시장을 옥죄고 있다.

며칠 전 박 시장은 기자들에게 수해 상황 점검 과정을 설명하면서 “강남역 사거리에 물이 좀 넘쳤다고 그렇게들 비판적으로 쓰면 어떻게 하느냐”고 핀잔을 던졌다. 짧은 시간 동안 집중 호우가 내리면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물이 전혀 넘치지 않는 상황을 기준으로 비난의 잣대를 들이대면 서울시는 물이 한방울도 넘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예산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과도한 설비는 예산 낭비라는 설명이다. 박 시장의 그 논리야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신문의 보도 내용 하나하나를 반박하고 있다는 건 요즘 박 시장이 이런저런 일로 여론의 흐름에 예민해져 있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방화대교의 상판이 무너져 여러 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그날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지 백사장에서 한가롭게 거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고 주요 신문들은 1면에 그 사진을 올렸다. 박원순 시장은 같은 날 여름휴가 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휴가 갈 정신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 여름 나기가 참 힘든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