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3.06.18 07:00:00
정부가 8월 내놓을 세법개정안에서 근로소득세제 체계를 기존의 소득공제 위주에서 세액공제 위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은 손쉽게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봉급생활자들의 주머니를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소득공제는 연간 소득에서 공제금액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액을 산출하는 방식인 반면 세액 공제는 세전소득 기준으로 세금액을 정한 뒤 일정 금액을 감면해 주는 방식이다.
현 제도가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고소득자일수록 절세효과가 커지는 역진성이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근로소득자는 거의 없는 듯하다.
정부도 세수증가 효과를 부인하지 않는다. 2011년 기준으로 근로소득 과세대상 993만명의 급여총계는 392조원인데 이중 비과세와 소득공제를 뺀 과세표준은 162조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세액공제로 전환하게 되면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230조원 중 상당 부분이 징수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실질적인 세율 인상효과가 있을 것이다. 201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소득구간의 명목세율은 13.9%이지만 각종 공제를 받은 후의 실효세율은 3.9%에 그쳤다.
정부는 세제를 개편하면 상위 10%의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정책의 목표였다면 아예 소득구간별 소득세율을 높이는 게 간단명료했을 것이다.
물론 각종 소득공제 덕분에 고액연봉자의 실질 소득세 부담률이 높지 않은 건 사실이다. 연봉 8000만원~1억원인 경우 실질 소득세 부담률은 7~8%다. 그러나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전체 근로자의 70%도 실질 부담률이 1%에 불과하다. 근로자의 10% 미만이 전체 소득세액의 75%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그룹만 추가로 더 많은 조세부담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으나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공약실천에 필요한 50조원의 돈을 확보할 방법이 여의치 않은 사정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봉급생활자를 ‘봉’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자영업자의 상당수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으며 대기업들도 각종 공제혜택을 통해 실효세율이 명목세율보다 훨씬 낮은 게 현실이다. 정부가 이런 부분도 함께 손질해야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