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목표가 줄하향에 빚 늘어도 주가↑..왜?

by유재희 기자
2013.01.31 06:31:18

4Q 실적 ''어닝쇼크''..증권가 목표가 잇따라 하향
서울호텔 개보수로 영업 일시 중단..실적 부진 지속 전망
악재 선반영 인식 및 안정적 이익창출력 등 모멘텀 작용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호텔신라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호텔신라의 실적 악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증권가의 목표가 하향이 이어지고 있고, 대규모 투자에 의한 차입금부담도 큰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이미 노출된 악재보다는 우수한 시장지배력과 재무융통성을 바탕으로 하반기 이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호텔신라(008770)의 주가는 지난 24일 이후 나흘 연속 올랐다. 이 기간 상승률은 9.7%에 달한다. 특히 외국인이 연일 매수에 나서며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6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매수에 나서며 이 기간 보유 지분율이 30%에서 33.1%로 3%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호텔신라의 작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521억원, 225억원으로 전기대비 7.1%, 35.5%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말 그대로 ‘어닝쇼크’ 였다. 엔-원 환율 하락과 독도영유권 분쟁 등으로 일본인 입국객 수가 빠르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홍종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인 입국자 수의 감소로 호텔신라의 일본인 면세점 매출 비중은 2011년 24%에서 작년 4분기 15%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환율하락과 일본인 입국자 수 감소로 면세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9% 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까지는 일본인 입국자 수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인 입국자 수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상반기에 서울 호텔의 객실 및 부대시설에 대한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당분간 실적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 호텔은 오는 7월까지 개보수 작업 때문에 휴업하고, 호텔직원들에게는 유급휴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지효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 호텔의 휴업으로 호텔사업부의 전체 매출 비중은 과거 7.4%에서 3.2%로 축소되고, 올해 3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울러 다음 달 결정될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 관련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적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잇따라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7만3000원에서 5만3000원으로 내렸고, 토러스투자증권(6만1000원→5만2000원)과 IBK투자증권(6만3000원→5만3000원) 키움증권(5만5000원→5만원) 유진투자증권(6만1000원→5만원) KTB투자증권(6만원→5만원) NH농협증권(6만8000원→5만원) 신영증권(6만8000원→5만5000원) 등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가 반등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실적 부진 우려 등 대부분의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소문에 팔고 뉴스에 사는 형국이라는 것.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주가는 일본인 입국자 수의 증가가 둔화하기 시작한 작년 9월부터 하락하며 실적 부진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호텔신라의 주가는 지난 9월 6만원 가까이 상승한 이후 지난 4일 4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이우승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서울호텔 영업 재개에 따른 호텔 부문 영업이익 흑자전환 가능성과 엔-원 환율의 기저효과,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 불확실성 해소 등으로 실적 및 주가모멘텀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하반기 실적 개선을 고려한 분할 매수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텔신라는 올해 서울호텔의 개보수 공사를 비롯해 총 2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차입 부담감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영업현금창출력(작년 3분기 기준 1446억원)과 수익창출력 개선추세, 대규모 투자로 강화된 영업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영업에서 창출된 잉여재원을 바탕으로 경상적 자금 소요를 충당하면서 차입금을 축소하는 선순환구조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