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결혼과 대출, 함수관계는

by문영재 기자
2012.08.11 08:00:00

[박상훈 재무상담사] “우리 둘은 결혼하고 싶은데……. 모아 놓은 돈은 없고, 거기다 부모님은 전세금을 준비할 때까지 결혼을 미루라고 하네요.”

직장인 김성현(가명·30)씨는 결혼 문제로 고민이 많다. 종자돈이 없어 불안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3년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돈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김 씨의 저축은 3년 전에 들었던 10만 원짜리 저축보험과 5만 원씩 붓던 청약저축이 고작이다. 취업한 뒤 들뜬 마음에 할부로 구입한 자동차도 김 씨에게는 멍에다. 할부금은 물론 유류비, 데이트 비용까지 부가적인 지출을 많이 발생시켰다. 신혼집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희망사항이 있었다. 출퇴근이 편한 역세권이어야 하고 햇볕 잘 드는 남향의 큰 빌라를 원했다.

김 씨는 어떻게 결혼자금을 마련해야 할까.

김씨에게 필요한 것은 재무구조조정이다.

김 씨의 월 소득은 180만원이었다. 김 씨는 이 돈으로 차 할부금(38만원)과 교회 헌금(20만원), 종신보험(20만원)을 충당했다. 또 용돈으로 70만원을 떼어놨다. 유치원 교사인 여자 친구도 월세와 생활비로 저축할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았다.

연내 결혼이 목표인 만큼 먼저 자동차 처분을 권했다.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그 만큼 저축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차를 처분한다면 남아있는 할부잔액 빚이 없어지고 동시에 약간의 현금이 생긴다. 할부 갚는 대신 앞으로 2년간 1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소득에서 차지하는 종신보험 지출 역시 많았다. 일단 미혼인 지금 사망보장은 중요하지 않다. 결혼 후 첫 아이를 낳으면 20만원의 5분의 1 수준인 4만 원짜리 정기보험에 가입하면 된다.

종신보험을 해약하고 손해보험 상품으로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토록 권했다. 의료실비보험에 성인병 진단금을 채웠다. 7만 원의 보험으로도 의료비 보장은 충분하다. 이렇게 해서 보험료에서 모두 13만 원을 줄였다.

목적이 불분명한 저축성보험도 해지토록 했다. 3년 동안 붓고 해지해서 약간의 손해를 봤지만 결국 300만원은 챙겼다. 이렇게 해서 김 씨는 한 달에 100만원을 저축할 수 있었다.



신혼집에 대한 눈높이도 낮출 것을 조언했다. 전셋집은 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저렴한 곳으로 권했다. 역세권은 아니지만 마을버스로 환승할 수 있는 곳으로 구하도록 했다. 일단 월 100만원 적금으로 6개월 동안 600만원을 만들 수 있다.

여자 친구가 지금 살고 있는 월세보증금으로 1000만원을 보탤 수 있었다. 종신보험과 저축보험 해약금 700만원과 차량 처분 후 남는 200만원을 합치면 2500만원은 만들 수 있었다.

나머지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도록 했다. 신혼집의 경우 전세대출은 보증금의 30%가 적당한데 최대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

2500만원을 대출받게 될 경우 한 달 이자부담은 8만 원 정도다. 결혼 후 이 부부의 수입은 최소 330만원은 된다. 전세로 살면서 전세대출이자 포함해 150만 원 정도로 생활비를 관리한다면 매달 180만원이 남는다. 아이를 가질 2년 후까지 매달 100만원씩 원금을 갚는다면 대출은 끝난다. 나머지 여윳돈으로 2년 뒤 오를 전세금과 출산비용에 대비하면 된다. 2000만 원 정도는 모아질 것이다.

결국 이 커플은 최근 결혼에 성공했다. 경기도 안양에 5000만 원 짜리 다가구 주택에 전세로 들어갈 수 있었다. 큰 방 한 칸과 거실 겸 주방이 있는 집인데 김 씨 자신은 물론 배우자도 만족하고 있다.

돈걱정없는 신혼부부 저자 fxpark@tnvadvisors.com

정리= 문영재 기자 jtopia@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