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성장률 하향` 뉴욕 하락..다우 0.6%↓

by전설리 기자
2009.05.21 05:43:10

연준, 올해 경제성장률 -1.3%~-2%로 하향
금융주 차익실현 매물 집중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20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마쳤다.

뉴욕 증시는 장초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자본확충 소식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과 유가 상승에 힘입어 금융주와 상품주 중심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처음으로 열린 경제회복자문위원회에서 "미국 경제가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경제 낙관론을 지지했다.

그러나 오후들어 보합권으로 밀려나는 등 상승 탄력을 잃기 시작한 주요 지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권으로 투항했다. 그간 랠리를 주도했던 금융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됐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5%~-1.3%에서 -1.3%~-2%로 하향 조정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8422.04로 전일대비 52.81포인트(0.62%)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727.84로 6.70포인트(0.39%) 내렸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903.47로 4.66포인트(0.51%) 밀려났다.



연준이 공개한 4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5%~-1.3%에서 -1.3%~-2%로 하향 조정했다. 연간 실업률 전망치는 종전 8.8%에서 9.6%로 높여잡았다.

연준은 올해 하반기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연준의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기업들의 매출과 생산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2분기 경기후퇴(recession)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연준은 경제가 올해 보다 깊은 침체를 겪은 뒤 내년에 가서야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또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는데 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일부 연준 위원들은 경제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국채 등 장기자산 매입의 확대를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준은 그간 취한 정책적 조치들의 효과를 지켜본 뒤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입 규모의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연준은 앞서 신용시장 개선을 위해 가을까지 최대 3000억달러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또 연말까지 최대 1조2500억달러의 모기지유동화증권(MBS)과 2000억달러의 기관 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금융주가 약세를 나타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씨티그룹(C)이 2.1%, JP모간체이스(JPM)가 3.5%, 골드만삭스(GS)가 3.3.% 각각 내렸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AXP)도 3.3% 밀려났다.

반면 BoA(BAC)는 2.1% 상승했다. BoA는 최근 보통주 발행을 통해 12억5000만달러를 조달하는 등 약 130억달러의 자본을 추가 조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BoA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정부가 요구한 자본확충 규모인 339억달러의 절반 가량을 마련했다.
 
한편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상원에 출석해 은행들의 부실자산을 매입해 해소하기 위한 `민관투자프로그램(PPIP)`을 오는 7월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이트너 장관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더불어 6주 이후 은행 부실자산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부는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기금에서 750억~1000억달러를 출연, PPIP를 통해 총 1조달러 규모의 은행 부실자산을 매입할 계획이다.



장초반 강세를 나타내던 에너지주는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후들어 밀려났다.

엑손모빌(XOM)이 1.3%, 셰브론(CVX)이 1% 각각 내렸다.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한 세계 최대 개인용컴퓨터(PC) 제조업체 휴렛패커드(HP, HPQ)는 월가 기대에 못미치는 매출 전망을 제시한 여파로 5.2% 하락했다.

반면 미국 2위 할인점 타겟(TGT)은 월가 전망을 넘어선 실적에 힘입어 2.4% 상승했다. 타겟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3% 감소한 5억2200만달러(주당 69센트)를 기록했으나 월가 전망은 웃돌았다.
 
이밖에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MCD)가 도이체방크의 `매수` 추천에 힘입어 4.4% 오르는 등 경기방어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 유가는 원유 재고 감소와 달러 약세, 급등 재연 가능성에 대한 잇단 경고로 상승세를 나타내며 62달러대로 올라섰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7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1.94달러(3.2%) 오른 62.0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10일 이후 6개월만에 최고치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주(15일 마감) 원유 재고가 전주대비 210만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에너지 정보 제공업체 플랫츠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150만배럴을 넘어선 감소폭이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제임스 해밀턴 교수는 이날 의회 증언에서 "지난해 유가를 배럴당 147달러까지 끌어올렸던 똑같은 요인들이 쉽게 되풀이될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경제 회복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유로대비 지난 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금융시장이 안정화 조짐을 보이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퇴색된 결과다.

오후 4시38분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1.3773달러로 전일대비 1.41센트(1.0351%) 상승했다. 이날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1.3830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1월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