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8.10.18 11:47:31
[조선일보 제공] 정부가 현금·신용카드의 무단복제를 막기 위해 기존의 마그네틱(자기 띠) 카드 대신 IC(집적회로)칩이 내장된 신형 카드로의 전환을 진행 중이나, IC칩 내장 카드 역시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국책 연구소의 실험 결과 밝혀졌다.
IC칩을 내장해 이미 발급한 은행 현금카드 3500만 장 전부와, 신용카드 중 마스터, 비자카드를 제외한 국내용 카드 1000만장 가량(전체 신용카드 중 약 20%)이 복제 가능한 IC칩을 쓰고 있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마그네틱 카드가 손쉽게 복제돼 카드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 사용되는 사례가 늘자, "복제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며 IC카드를 도입했고, 현재 신용카드의 76%(5089만여 장), 현금카드의 90%(3509만여 장)가 IC카드로 바뀐 상태다.
따라서 문제가 발견된 IC칩 카드를 복제가 불가능한 다른 IC카드로 교체하려면 카드 1장당 6000~1만원씩, 최소 수천억 원의 추가비용이 들게 돼 국가 시책으로 실시한 IC카드 전환사업이 준비부족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됐다. 오는 2010년 7월까지는 모든 신용결제가 IC카드로 이뤄지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기존 방침이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17일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연구소가 최근 IC카드에 대해 '부(副)채널' 분석 기술에 의한 '암호 키 추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암호 추출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채널' 분석이란 IC칩에 내장된 암호 연산규칙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전기 소모량, 열 정보를 통해 암호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암호 키를 알 경우 복제가 가능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같은 날 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금융 IC카드에 부채널 공격방지 기술이 내장돼 있지 않다면 거래상 위험을 노출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도입한 전자여권도 당초 부채널 공격에 대한 취약성이 드러나 이후 복제 여지를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