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하반기, 악몽은 계속된다`

by전설리 기자
2008.07.02 04:54:55

신용위기·고유가·주택침체..풀리지 않는 難題 `산적`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상반기 뉴욕 주식시장이 침체장(베어마켓)의 문턱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하반기 희망은 보이는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질문에 대해 고개를 내젓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천장이 뚫린 듯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유가와 동반한 인플레이션의 위협, 끝을 모르는 신용위기 등 산적한 악재들이 하반기 계속해서 뉴욕 증시를 짓누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M. 램지 킹 증권의 빌 킹 수석 시장 전략가는 "1년전만해도 동굴이 이렇게 깊은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며 "이제 모두가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궁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분기 출발 지점과 비교하면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당시 `최악의 신용위기`가 지났다는 안도감과 하반기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랠리를 떠받쳤다. 그러나 3개월 뒤인 지금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5월 중순 이후 뉴욕증시는 줄곧 내리막길을 지속하며 곤두박질쳤다. 다우 지수는 지난 2007년 10월 전고점으로부터 19.9% 떨어진 지점에서 마감했다. 0.1%만 더 내려서면 공식적으로 침체장을 선언하는 셈이 된다.

신용위기가 지속되면서 금융주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다우 구성 종목 가운데 AIG가 2분기 39% 급락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37% 빠졌다. 다우존스 월셔 은행 지수는 26% 가까이 떨어졌다.

종목별로는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가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40% 주저앉았다.

2분기 다우 구성 30개 종목 가운데 24개 종목이 하락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관련주인 엑손 모빌과 셰브론이 몇 안되는 플러스(+)권에 머문 종목 안에 들었다.
 



3분기 증시 안팎으로 이벤트가 즐비하다. 대선을 앞두고 공식적인 선거전이 시작되고, 내달 8일 베이징 올림픽도 개막된다.

그러나 증시는 여전히 침체장으로 이끈 산적한 문제들을 껴안고 시련을 견뎌내야 할 전망이다.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신용위기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신용위기의 분명한 종료` 사인으로 주택가격의 반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주택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가격 반등은 요원한 상황이다.



금융기업들의 실적 악화 경고와 외부로부터의 자금 수혈, 유동성 악화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멈출 줄 모르는 유가의 고공행진이 가장 큰 악재다. 치솟는 유가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의 고조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인상 가능성마저 고개를 들면서 증시를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긴축으로 돌아설 경우 그나마 남아있는 경기의 모멘텀마저 앗아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의 샘 스토발 전략가는 "마치 폭우가 연기된 상황과 같다"며 "머지않아 침체가 찾아올 것"이라고 현 상황을 묘사했다.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어닝시즌은 증시를 더욱 옥죌 것으로 보인다.

톰슨 로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2분기 S&P500 구성 종목의 순이익은 11% 감소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금융 종목의 순이익이 60% 급감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는 지난 4월에 비해 대폭 삭감된 수준이다. 당시 전체 종목의 순이익은 2%, 금융 종목은 3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었다.

톰슨 로이터의 애쉬와니 카울 애널리스트는 "금융주 실적이 지금쯤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턴어라운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들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베팅을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의 데이비드 코톡 사장은 "주식시장은 통상 (경제나 증시가) 끝장 났다는 인식 속에 포기 상태에 다다라야 비로소 바닥을 형성한다"며 "아직 그 정도의 패닉은 오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이어 "증시가 지속가능한 랠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신용시장의 문제점들이 해결돼야 한다"며 "현재 신용시장은 오작동의 차원을 넘어 아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