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면 생각나는 김대업..뭐하고 지내나

by조선일보 기자
2007.10.20 10:14:07

모범수’로 특별 가석방 직업 없이 전국 떠돌아 최근 땅 사기로 또 입건

[조선일보 제공] “김대업(金大業)식 공작정치의 향수를 버려라.” “BBK 전(前) 대표 김경준은 제2의 김대업이다.”

본격적인 대선전(戰)을 앞두고, 여의도의 정가에서는 또다시 ‘김대업’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대업(45)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인 이회창씨의 장남 정연씨가 불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과 전 병무청장 등이 대책회의를 했다”고 폭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병풍(兵風)’ 사건의 주인공이다.

김씨의 무차별한 의혹 제기와 한나라당 간의 고소·고발은 몇 개월 동안 확대 재생산됐고, 이 과정에서 이회창 후보의 도덕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가 증거로 제출한 녹음테이프가 조작됐음을 밝혀냈고, 김씨는 2004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무고와 명예훼손, 공무원 자격 사칭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2004년 모범수로 특별가석방

1년 9개월 동안 복역한 김씨가 ‘자유의 몸’이 된 것은 2004년 10월 30일. 그는 ‘제3회 교정의 날’을 맞아 모범 수형자로 인정돼 특별 가석방됐다.

이후 다시 언론에 등장한 것은 2005년 5월. 김씨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사과받기를 원하니 사과를 보낸다”며 ‘놀리듯이’ 5㎏짜리 사과상자를 전달했다. 또 친노(親盧)매체인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사과상자에 돈을 넣지 않아 죄송합니다”라며 공개편지를 쓴 후 “열린우리당 앞에서 시위를 해서라도 병풍특검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병풍이 공작이라는 증거도 없이 저를 (공작자로) 매도하는 일이 없도록 경고한다”고 말했다.

해프닝으로 끝났던 사건 이후 그는 작년 12월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친노(親盧)그룹이 마련한 ‘대선승리 4주년 기념행사’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것. 그의 등장은 여의도를 긴장시켰고, 한나라당에선 즉각 “김씨를 대선의 1등 공신으로 인정하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대선 때 아내가 하던 식당을 접은 뒤 가게를 얻으려고 해도 소문이 나서 계약이 파기되곤 했다”며 “나는 정치권의 논리에 의해 감옥에 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땅 사기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

김씨에 관한 가장 최근의 소식은 ‘땅 사기’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올 4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그가 2005년 2월 경기 연천군의 임야를 매매 주선하면서 박모(여·45)씨에게 땅값을 부풀려 2억7000만원을 가로챘다며 불구속 입건했다. 그 땅을 “곧 문화관광단지로 개발될 지역”이라며 땅값을 3억7000만원이라고 속여서 받은 후, 원래 소유주에게는 1억원만 지불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청 관계자는 “김씨의 집 주소지는 대구 수성구로 돼 있었으나, 특정한 직업이 없이 전국을 돌아다녔다”며 “무역업을 한다고는 진술했지만 회사를 갖고 있지도 않았고 아내와 자녀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는 듯 했다”고 말했다.

김씨를 아는 경찰 관계자는 “한동안 강남의 유부녀들을 대상으로 땅 사기를 한다고 알려졌었는데 경찰 수사를 받고 난 이후부터는 조용하다”고 말했다.

◆사기와 협박 등 전과 여러 차례

1981년 육군하사로 입대한 후 병역비리에 연루돼 1985년 제대한 김씨의 ‘사기’와 ‘협박’ 전과는 이미 여러 차례다. 1997년 9월에도 ‘현역 육군중장 신분의 청와대 특명1국장’이라고 사칭하고, 헤어지자는 내연녀의 요구에 나체사진 2장과 ‘이 사진을 전국 서점과 인터넷에 전송하겠다”는 편지를 찍어보낸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2001년 9월에는 고위공직자와 병무비리를 수사하는 사정기관원으로 행세하면서 피해자가 받지 못하는 돈을 대신 받아주겠다고 속여 3억77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의무부사관 출신으로 병역면제를 위한 신체검사 브로커 역할도 했던 김씨는 3차례나 병무비리 수사에 참가하기도 했다. 1998년부터 1999년까지 ‘군·검·경 병무비리 합동수사본부’에서, 2000년부터 1년 동안 서울 서부지검의 합동수사반에서, 2001년 3월 사기혐의로 긴급체포돼 구치소에 있으면서 2001년 8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서울지검 검사실에서 각 병무관련 서류를 검토했다.

뒤늦게나마 김씨의 허위 폭로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한 이들은 복권되고 있다. 올 7월, 서울고법 민사9부는 김씨가 “이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팀장이 은폐했다”고 허위 제보해 명예를 훼손했으니, 당시 군(軍) 검찰부장이었던 고석 대령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