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05.09.28 07:51:00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고층빌딩이 빡빡하게 들어선 뉴욕 맨하탄,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만큼 이 작은 섬은 땅값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381년전인 1626년, 영국에서 건너와 미국 땅에 발을 들여놓은 청교도들이 인디언들로부터 맨하탄 섬을 사면서 지불한 가격은 단돈 24달러였다.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지금 금싸라기 땅이 된 맨하탄을 보면, 그때 인디언들의 판단이 어리석었다고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인디언들이 받은 24달러를 연 8%의 채권에 복리로 투자했다면 363년이 흐른 1989년에는 그 가치가 30조달러로 훌쩍 뛴다. 반면 1989년 당시 맨하탄 전체 땅값은 600억달러에도 못 미쳤다. 누가 현명한 판단을 했는가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온다.
피터 린치의 분석은 `72의 법칙`과 통한다. 재테크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 법칙은 투자한 금액이 두배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은행 금리가 6%라면 72를 6으로 나눠 나온 숫자 12가 바로 투자금액을 두배로 불리는데 필요한 년수다. 복리의 마술을 보여주는 법칙.
요즘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이 왠만하면 연 30%를 상회한다. `72의 법칙`상 2년반정도만 꾸준히 투자하면 원금의 두배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식 투자자들은 `72의 법칙`을 알아도 선뜻 따르기 어렵다. 대부분 한번에 큰 돈을 벌겠다는 대박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갖고 있던 종목이 한번 상한가를 기록하면 단번에 15%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이틀 연속 상한가를 이어가면 수익률 30%를 훌쩍 넘는데 연 수익률 30%는 성에 차지도 않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주식투자로 재벌에 버금가는 재산을 모았다는 뉴스는 거의 들을 수 없다. 그만큼 손실도 많이 본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같은 투자자들의 성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제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성급한 투자로 손실을 보기보다는 조금씩 꾸준히 벌겠다며 적립식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리스크를 감내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베팅했던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돈만 생기면 무조건 은행에 고스란히 맡겨뒀던 보수적인 투자자들까지도 주식형 펀드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예금 금리는 높아봤자 연 4%대에 불과한데다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한다고 가정했을때 같은 수익률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불어나는 금액은 적금보다 적립식 펀드가 더 많다. 적립식 펀드는 지금까지 총 불입한 금액에 대한 수익률이지만 적금은 매달 불입한 금액마다 이자율이 적용되는 개월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재테크에 대한 상담을 받으러 은행을 찾아도 은행 예금이나 적금 상품보다는 펀드 투자를 권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나날이 확산되고 있는 적립식 펀드의 위력은 요 며칠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외국인이 팔아도, 개인이 팔아도 월말 적립식 펀드로 흘러들어온 자금이 모두 물량을 받아냈다.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지금 들어가는 것은 너무 늦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모든 펀드가 그렇듯 중요한 것은 진입 시점보다는 빠져 나오는 시점이다. 적절한 환매시점을 선택한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72의 법칙`의 결론은 꾸준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주식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큰 성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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