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분석)X-BOX..국내 게임사 행보는?

by권소현 기자
2001.11.18 15:05:09

[edaily 권소현기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드디어 콘솔게임기(비디오게임)인 "X-BOX"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소니와 닌텐도가 장악하고 있는 세계 콘솔게임시장이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X-BOX" 출시는 콘솔게임시장이 미미한 국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임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은 온라인게임(65%)과 PC게임(29%)이 양분하고 있는 반면 세계게임시장에서는 콘솔게임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콘솔게임시장이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미미한 이유는 무엇보다 일본 비디오게임기에 대해 우리나라가 아직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일본 교과서 왜곡 파문으로 제4차 일본문화개방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콘솔게임기 수입자율화도 연기됐다. 따라서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나 닌텐도의 게임큐브 등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수입된 것이다. 또 일본 콘솔게임업체들이 기술유출을 우려해 한국업체를 개발업체로 선정하길 꺼렸던 점도 국내 콘솔게임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요인이다. 그러나 MS가 X-BOX를 내놓고 5억달러 정도를 판촉비로 책정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국내 게임시장에도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수입 금지된 일본산이 아니더라도 미국 국적의 X-BOX가 내년 2월에는 국내에서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콘솔게임기 X-BOX는 어떤 플랫폼인가 X-BOX는 세계 콘솔게임시장을 소니에게 완전히 넘겨주지 않기 위해 MS가 야심차게 내놓은 제품이다. 펜티엄Ⅲ 733 MHz CPU와 64MB 메모리, 250MHz 그래픽 프로세서의 사양을 갖추고 있으며 DVD 플레이어가 장책돼 있어 최고 성능을 구현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네트워크기능도 갖추고 있다. 게이머들은 하드웨어인 X-BOX에 게임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즐기게 된다. 현재 MS나 소니, 닌텐도 등 콘솔게임업체들은 게임을 개발하는 써드파티(Third Party)를 선정, 개발툴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또 이와별도로 퍼블리셔(Publisher)를 선정해 써드파티 업체들을 발굴, 추천하도록 하고 개발된 게임에 대한 유통 및 판매권을 주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일단 지켜보자..상황파악중" 국내 게임업체들은 게임 플랫폼이 하나 더 생긴다는 점에서 일단 X-BOX의 출시를 반기고 있다. 콘솔게임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디지털드림스튜디오(DDS)와 판타그램이다. 내년 상반기에 코스닥등록을 계획하고 있는 DDS는 지난 3월 X-BOX의 게임개발사에 선정된 데 이어 지난달 퍼블리셔 타이틀도 획득했다. DDS는 발빠르게 "한국 콘솔게임 컨소시엄"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시장개척에도 나섰다. DDS는 현재 "화이트 스톰"과 "코마대장 망치"를 X-BOX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DDS 관계자는 "국내에 콘솔게임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우선은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다"며 ""화이트스톰"은 설원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스노우 레이싱게임으로 유럽과 미국정서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타그램도 지난 3월 MS와 퍼블리셔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PC용 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를 X-BOX 툴로 개발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게임업체들은 콘솔게임시장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우선 온라인게임과 PC게임, 아케이드게임 등 기존 주력분야에 집중하고, 콘솔게임시장은 사업성 검증의 단계를 거쳐 천천히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액토즈소프트 이종현사장은 "MS나 소니로부터 게임을 개발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컴퓨터가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을 지켜보다 내년 정도에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C게임에 주력하고 있는 위자드소프트도 시장조사를 마치고 MS나 소니 등으로부터 개발사나 퍼블리셔자격을 받기 위해 기획서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시점은 정하지 못한 상태다. 위자드소프트 김세웅실장은 "X-BOX가 국내에서도 본격 출시되고 일본 문화가 개방돼 소니의 PS도 정식 유통돼야 시장의 흐름이 어느쪽으로 가는지 알 수 있다"며 "현재는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콘솔게임은 게임도구와 형식 특성상 전략시뮬레이션게임 보다 박진감 넘치고 액티브한 게임이 어울린다는 점에서 기획을 차별화해야 하고 3D 전문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며 콘솔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빛소프트는 올초 콘솔사업팀을 신설, 현재 시장조사중이다. MS와 소니, 닌텐도 등의 플랫폼에 대해 연구중이며 이들 업체와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MS와 콘솔게임과 관련한 계약을 맺은 상태지만 선뜻 나서지는 않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김주영팀장은 "게임 플랫폼을 다양화한다는 원칙 아래 "리니지"의 콘솔게임버전 개발도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 콘솔 사양만으로는 PC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이미지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오리스도 시장상황과 콘솔게임시장에 먼저 진출한 업체들의 성공여부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오리스 조학룡실장은 "콘솔게임의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써드파티에 속해있는 업체들이 한때 1200개까지 증가했으나 대부분 떨어져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풍부한 게임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콘솔게임시장의 진입장벽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판단, 여유있게 관망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X-BOX용 게임 제작기술은 PC게임을 제작하는 기술과 비슷하고, 특히 온라인 게임업체의 경우 X-BOX가 네트워크 기능을 갖고 있어 온라인 게임, 실시간 전략게임과 같은 네트워크위주의 타이틀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게임개발업체들이 기존의 기획력과 노하우만으로도 승부해 볼만한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호재..당장은 영향 미미 게임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X-BOX 출시로 인해 국내 게임업체들이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론 국내 게임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호재"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노미원 연구원은 "이번 X-BOX 출시로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며 "국내 게임제작사들이 MS나 소니의 게임 개발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져 전세계 15조원이 넘는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가 국내 몇몇 업체를 PS게임의 써드파티와 퍼블리셔로 선정할 계획이며 MS도 개발자 및 퍼블리셔 선정에 큰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게 노 연구원은 설명이다. 한화증권 정인기 연구원은 "플랫폼의 다양화로 전체 게임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플랫폼에 기초한 게임 소프트웨어의 제작은 게임업체의 수익원을 늘리는 요인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X-BOX로 인한 직접적인 수혜를 당장 기대하기는 힘들고 최소 1~2년은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PC게임을 콘솔게임으로 변환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국내 업체들이 비디오게임 제작경험이 부족해 당장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도 무리라는 분석이다. 한편 대우증권 노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 중에서 엔씨소프트와 비등록업체인 DDS, 판타그램, 한빛소프트 등을 "X-BOX" 출시 수혜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