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2001)증시 변수- 미국 증시 살아날까

by김홍기 기자
2000.12.30 11:29:10

미국 증시 동향은 2000년에 한국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나스닥 시장은 국내 코스닥시장에 직접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증권 전문가들은 2001년에도 미국의 경기문제와 이에 따른 미국 증시 동향이 상당 기간 동안 한국 증시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채적으로는 1분기를 넘어서면서부터 미국 경기가 연착륙 시도를 본격화 할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국 증시도 안정을 되찾으려는 의견이다. 또 국내 요인들 즉, 구조조정의 성공적 추진여부와 국내 경기 동향 등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는 하반기부터는 미국 증시의 영향을 다소 덜 받게될 것으로 내다본다. 내년도 미국 증시에 대한 전문가 전망은 대부분 낙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급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너무 낙폭이 컸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금리인하, 유가하락, 확대재정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주가가 상승할 여건이 마련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또 2000년에 너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가 높아지는 착시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증시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맞아야만 한다. ◇전문가 전망 "강세장의 여왕"인 골드만삭스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애비 조셉 코언은 내년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를 1650포인트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UBS워버그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에드워드 커쉬너는 1715포인트, 메릴린치의 미국 시장 수석 투자전략가인 크리스틴 캘리스는 연말에 1720포인트 정도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의 미국 시장 투자전략가인 피터 카넬로는 1600포인트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리만 브라더스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제프리 애플게이트는 연말 1800포인트로 내다보고 있다. 대략 지금 수준보다 40% 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의 말이 맞는다면 S&P 지수만을 놓고 볼 때 내년은 사상 최고의 상승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말이 된다. 강세장 전망의 배경은 미 연방은행의 금리인하 단행, 기업 실적의 두자릿수 성장 유지, 현재의 주가 수준 등이다. 특히 커쉬너는 199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매력적인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코언은 현재 주가가 15% 정도 저평가돼 있다고 말한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의 투자전략가인 바이런 빈도 현재 주가가 10% 정도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4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서베이한 결과, 나스닥 지수가 평균 23%나 점프, 3583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약세를 점친 전문가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증시 변수 내년도 미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미 연방은행의 금리인하 속도와 폭이다. UBS 워버그는 내년 1분기중 연방은행이 금리를 현행 6.5%에서 6.0%로 0.5%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앞으로 몇달간 금리가 0.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클라인워트벤슨증권도 0.5%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다. J.P.모건은 내년 중반까지 연방은행이 금리를 5.75%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메릴린치는 1월말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시작으로 금리가 인하되기 시작, 여름까지 0.75~1.2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관마다 금리인하 속도와 폭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경제성장률, 인플레 압력 등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다. 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인하될 경우, 현재 신용경색 상태에 있는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금리인하 수혜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장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영향이 기업 실적에 반영되려면 내년 하반기는 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따라서 그때서야 증시가 급반등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2000년 한 해 동안 기업 실적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됐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실적을 보고 나서야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는 내년 하반기에 유동성 장세가 올 수도 있다고 점친다. 물론 연방은행의 금리인하 속도와 폭은 미 경제성장률 둔화속도에 달려 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가 둔화돼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경기 부양책의 하나로 보다 신속하게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의 증권사들은 내년도 미국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대폭 떨어진 2.5~3.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1분기는 2%까지 낮춰잡는 곳도 꽤 있다. 전년 비교이기 때문에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높을 가능성이 높다. 불과 2~3개월 전 "앞으로 미국의 적정성장률은 4% 이상"이라던 전문가들이 나왔던 것을 회고하면 격세지감이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금리인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라 금리가 인하된다는 것은 그만큼 미 기업의 실적이 악화돼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인하라는 긍정적 요인과 기업 실적 악화라는 부정적 요인중 어느 것이 더 부각되느냐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수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경기만 둔화되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꽤 있었고 경기둔화 조짐을 나타내는 데이터가 발표될 때마다 주가가 상승했었다. 그러나 여름 이후 경기둔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특히 경기침체로 이어질 경우, 금리인하 약발이 얼마나 먹힐 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전까지 기업의 실적이 더욱 악화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는 단기적으로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4분기의 기업 실적 악화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꽤 있다. 또 하나 변수는 유가다. 2000년은 고유가로 인해 관련 기업들간에 희비가 엇갈렸었다. 석유기업들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석유를 원재료로 쓰는 기업들은 끔찍한 실적 악화를 경험했었다. 대부분 기업에 있어 유가 상승은 기업 실적 악화로 나타났다. 일단 내년 초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급격하게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OPEC 회원국들은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주장하고 있다. ◇업종별 전망 금리인하의 대표적 수혜주는 금융주다. 금융주는 금리인하로 인해 자산 리스크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보유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이점도 있다. 한편 UBS워버그는 내년 중반까지 재고 조정이 끝난 뒤 기업실적 증가율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주택, 항공우주, 비내구성 소비재, 건강관리, 공공설비 등이 강해질 것이며 첨단기술주는 중립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자동차, 기계 등은 올해보다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40명의 투자전략가를 대상으로 서베이한 결과, 추천종목에서 기술부문이 15명(2명은 중복선택)이었고, 금융부문이 14명(2명은 중복선택)이었다. 건강관리 부문은 7명(2명은 중복선택)이 꼽았다. 그외에 공공설비 2명, 소비재 1명, 서비스업종 1명 등이었다. 기술부문이 가장 많이 나왔지만 유념해야만 할 점이 있다. 기술주의 전반적 상승세가 아니라 선별적 강세를 점친다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의 글로벌 투자전략가인 바톤 빅스가 TMT(기술-미디어-텔레콤) 업종에 대한 여전히 강한 신뢰감을 보여줬지만 이도 역시 실적이 있는 기업에 국한된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