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두리 기자
2024.07.15 05:30:00
[망분리 규제에 막힌 금융 AI혁신]①
신한금융 AI 자회사도 적자로 문 닫는 현실
“망분리 규제, 혁신 저해하고 비효율성 심화”
규제에 대한 합리적 개선책 시급 목소리 커져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금융권 최초로 인공지능(AI) 자회사를 설립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5년 만에 폐업 처리했다. 지난 2019년 국내 최초의 금융AI 회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야심차게 출범한 ‘신한AI’는 지난해 46억원가량의 순손실을 내는 등 연이은 적자를 이겨내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금융권에서는 신한AI의 폐업을 두고 망분리 규제 등 경영 효율성 악화를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예컨대 신한AI의 주 업무였던 투자 자문은 생성형AI가 외부로부터 양질의 비금융 빅데이터를 학습해 고도화해야 하지만 내·외부망이 분리돼 있어 챗GPT 수준의 대화형 AI를 상용화하는 건 불가능해서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10년간 이어진 ‘물리적 망분리 규제가’ 한국의 금융 발전을 가로막고 AI후진국을 가속화하는 대표적인 ‘대못’ 규제로 꼽는다. 금융위원회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올 상반기 중 망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늦어지고 있다. 규제 완화에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부망 컴퓨터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쓸 수 있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망분리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 업무에도 인터넷망을 활용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문제는 규제 완화 시점이다. 애초 금융위는 상반기까지 망분리 규제 합리화 대책을 발표하겠다며 지난 4월 금융부문 망분리 TF(태스크포스팀)를 출범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 망분리TF 관계자는 “보안과 사고 방지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신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마쳤고 금융당국의 결론만 남았다”며 “금융위가 정부 차원의 공공 망분리 규제 완화와 조율을 거쳐야 하는 단계가 남아 있어 망분리 규제 완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금융사 PC로는 생성형AI나 클라우드, 오픈소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같은 외부 서비스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다. AI기술은 얼마나 많은 빅데이터를 확보해 학습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좌지우지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망분리 규제는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규제가 됐다”며 “전향적인 규제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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