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전적 R&D 종료 걱정 없도록…일몰관리제 대수술
by조용석 기자
2024.06.10 05:30:00
기재부, 일몰관리혁신 개편 세부방안 마련
일몰제 이후 R&D 소형화·파편화 경향
일몰관리혁신 도입 후에도 평가 부담 여전
기존 R&D 사업에서도 계속사업 나올 듯
과기계 "도전적 과제 목적달성 가능성↑"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부가 국가 필수 알앤디(R&D) 사업이 중단 우려 없이 추진되도록 일몰관리혁신 제도 개선에 나선다. R&D 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폐지 추진과 더불어 도전적으로 진행해야 할 국가 필수 R&D에 힘을 싣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9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내년(2025년) 예산안을 편성 중인 기획재정부는 R&D 일몰관리혁신 제도 개편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R&D 예타 폐지와 함께 언급돼 이후 기재부 등에서 본격적 개편작업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과기계에서 요구한 예타 기준금액 상향과 일몰제도 개선이 동시에 추진되는 셈이다.
2015년 도입됐던 R&D 일몰제는 일정 기간 후 사업을 종료 또는 재검토하는 제도로, 관행적으로 지속되는 R&D 장기·계속 사업을 줄이고 비효율적 사업비 지출을 방지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실제 일몰제는 2019년 기준 일몰 대상 사업 예산 감소 규모가 6510억원에 달하는 등 재정지출 효율화에는 기여했다.
하지만 이후 부처들이 일몰 후속사업 대부분을 예타를 받지 않는 500억원 미만으로 기획하는 경향이 커졌다.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으로 예타 대상이 되면 심사 기간만 2~3년에 달하고, 예타 통과 후에도 계속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자 사업 공백을 줄이려 소형화한 것이다. 도전적인 대형 R&D 추진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에 일몰제를 종료하고 2020년부터는 일몰관리혁신 제도를 도입했다. 장기 R&D 사업의 일몰 시점을 설정한다는 기본 기조는 동일하지만, 일몰관리혁신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면 계속 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한번 일몰관리혁신 대상 사업에 선정됐더라도 3년차 이후에 평가를 다시 통과해야 계속 사업이 가능하다.
이에 부처에서는 일몰관리혁신 사업에 포함되더라도 평가를 받아야 하는 부담에 R&D 쪼개기가 여전했다. 또 평가가 강조되면 실질적인 연구 성과보다는 활동 기간에 낼 수 있는 단기적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커진다. 심지어 일부 부처에서는 R&D 일몰관리혁신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들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사례도 많았다.
과기부 관계자는 “일몰관리혁신이 있다고 해도 계속형 사업으로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러한 와중에 R&D 예산이 늘어나니 사업공백을 우려해 예타를 받지 않는 500억원 미만의 소형이 사업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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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년 만에 일몰제를 다시 손보게 된 것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신규 R&D 사업뿐 아니라 현재 일몰관리혁신 대상으로 관리 중인 3·4년차 사업 중에서도 계속 사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계속 사업을 기한 없이 진행하는 방안과 함께 평가 주기를 현재(5년)보다 대폭 늘려 10년 또는 20년으로 장기화할 수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을 통해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일몰관리혁신 개편에 나선 것은 R&D 예타 폐지가 지연되는 상황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1000억원 미만 R&D사업의 예타를 폐지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국가재정법 개정이 필요하기에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반면 일몰관리혁신 제도의 개선은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는 기재부 등이 직접 기준을 만들어 개선하면 바로 적용할 수 있다.
과기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기술 난이도가 높고 연구개발을 오래 해야 하는 분야에서 단기적인 성과만을 목표로 할 경우, 최종적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며 “필요한 대형 사업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도전적인 과제에서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