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속 금리 동결 무게…이창용 '매파' 메시지 주목
by하상렬 기자
2023.10.19 05:00:00
19일 금통위, 만장일치 ''금리 동결'' 전망 우세
3%대 물가 압력에 가계부채·고환율 등 부담
美 고금리 장기화 시사, 선제적 금리 인하 어려워
''3.75% 가능성'' 안 믿는 시장…소수의견 여부 주목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9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물가 상승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가계부채 상승세와 대외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맞물려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한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맞춰 한은도 현 기준금리 수준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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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등 여부를 결정한다. 경제전문가들은 금통위에서 금리가 또다시 현 수준(연 3.5%)에서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보유 및 운용 종사자 100명(52개 기관 소속)을 설문한 결과에선 응답자의 90%가 동결을 예측했다.
‘매파적(긴축 선호)’ 메시지가 강조된 6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된다. 지난 금리 결정 당시와 비교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뚜렷한 요인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3.7%로 예상보다 높아졌다. 물가상승률은 6~7월 2%대로 내렸지만, 8~9월 다시 3%대로 오르며 둔화세가 꺾였다. 한은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연말까지 3%대 내외 물가를 전망하며, 기존 경로 전망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내년말 목표치(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격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해 물가 상승압력을 높일 수 있지만, 아직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가계부채 누증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4조9000억원 늘어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직전월(5조8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지만, 추석 연휴 등 영업일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50년만기 주담대 제한,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인상 및 공급중단 조치 등 규제가 10월 이후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주택거래량 확대 등 가계대출을 끌어 올리는 요인도 상존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도 고려 요인이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시 연준은 올해 최종 금리 수준을 5.6%(중간값)로 제시, 한번 정도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전한 바 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겠다는 신호를 보낸 후에야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동 분쟁으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가능성이 ‘0’은 아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10%를 기록하고 있다. 12월에 25bp 올릴 확률은 38.1%다.
무엇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현 수준 금리를 제약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금리 동결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는 지난 8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당시 “우리나라 명목 이자율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실질금리를 기간별로 찍어 보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현 수준 기준금리는) 긴축 범위 상단에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18일)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53.6원)보다 4.0원 내린 1349.6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금통위 정례회의가 열렸던 지난 8월 23일(1339.7원)보다 9.9원 환율이 높아진 것이다. 환율은 지난 4일 장중 1363.5원까지 오르며 변동성을 키우기도 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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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연준이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기조로 내년 하반기에서야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통위도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며 금리 인하 기대를 어떻게 차단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소수의견 여부를 주목한다. 이번에도 만장일치 동결이 나올 경우 ‘매파적’ 수사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아무리 금통위원 전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더라도, 소수의견조차 나오지 않을 경우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5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부터 3회 연속으로 ‘금통위원 6명 모두 3.75%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로 한 금통위원은 주변에 통화정책 파급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며 한 차례 추가 인상으로도 부족하단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 참가자들이 ‘금리 인상은 끝났구나’라고 생각하게 돼 긴축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매파적 커뮤니케이션이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