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10.04 05:00:00
여야가 이달 말 종료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의 활동 기한을 내년 5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4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특위 활동 기한을 이달 말까지 6개월 늘린 데 이은 두번째 연장이다. 연금특위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핵심 쟁점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한 여론 수렴을 위해 공론화위원회와 이해관계자위원회를 만들어 조정한다며 이르면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공론위 설치 작업을 다음 달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연금특위 연장 합의는 연금 개혁을 총선 뒤로 미루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과 다를 게 없다. 여야는 국회의 개혁안을 내놓겠다며 지난해 7월 연금특위를 발족시켰지만 그동안 한 일은 없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내는 돈’과 ‘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문제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자 “구조개혁을 먼저 해야 한다”며 속도를 늦췄다. 보험료율을 15%로 올려야 한다는 특위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의 의견에 민심이 나빠지자 발을 빼기 시작했다. 특위 활동 기한이 연장된 후 최근까지 5개월간은 단 두 차례 전체 회의를 가졌을 뿐이다.
국민연금의 개혁 방향은 정해져 있다.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밑그림도 나와 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을 12·15·18%로 올리는 방안과 수급개시 연령을 최장 68세로 늦추는 방안, 기금 수익률을 0.5·1.0%포인트 올리는 방식의 개혁안 등 총 18가지 시나리오를 9월 초 제시했다. 일관된 공통점은 모두의 인내와 고통 분담이 뒤따라야만 미래가 지속가능하다는 것일 뿐이다. 위원회는 국민연금 급여지출이 2027년이면 66조 1433억원으로 보험료 수입(66조 757억원)을 앞질러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시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 상태다.
연금 개혁은 민심 이탈을 부를 쓴 약이다. 하지만 25년째 제자리인 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평균(18.3%)의 절반에 불과한 9%의 보험료로 선진국 수준의 노후 보장을 이룰 수는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 눈높이를 핑계로 연금 개혁을 미룬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연금 개혁을 또 뭉갠다면 22대 국회에 대한 책임 전가요, 미래 세대의 고통을 늘리는 직무 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