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RE100 딜레마'…고개 드는 정부 역할론

by조민정 기자
2023.08.25 06:00:00

24시간 공장 가동·탄소배출 불가피
해외 사업장 에너지 전환 100% 달성
국내 사업장 계속 증가…달성 요원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도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단 이른바 ‘RE100’ 정책에 가입하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해외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높이고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제조업 특성상 이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업계 안팎에서 ‘정부 역할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사진=삼성전자)
21일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지난해 국내 산업장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은 연결 기준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해당 배출량은 국내 제조사업장, 사옥, 당사 소유 건물, 임차 건물 등을 대상으로 집계한 수치로, 국내 상장사들은 2011년 5월부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제 3자 검증을 마친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정부 당국에 신고하고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서 전기 사용량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1928만 9286tCO2-eq(이산화탄소환산량)로, 전년(1926만7835tCO2-eq) 대비 0.11% 늘었다.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에너지 사용량 또한 △2020년 25만5990TJ △2021년 27만4298TJ △2022년 29만11TJ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497만9251tCO2-eq으로 전년(438만8175tCO2-eq) 대비 11.87% 증가했다. 에너지 사용량 역시 △2020년 8만759TJ △2021년 8만7063TJ △2022년 9만8028TJ로 3년간 늘었다.



물론 반도체업계가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각 기업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내부 시스템을 각각 마련해 활용하고 있다. 이에 해외 사업장에선 재생에너지 전환율 100%를 모두 달성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베트남·인도·브라질 내 제조사업장의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완료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중국 우시 및 충칭 등 해외 사업장의 전력 사용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문제는 국내 사업장이다. 반도체 등 제조업의 경우 24시간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공장이 돌아가야 한다. 반도체 생산에 전기가 필요해 탄소 배출이 생산량에 비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각 기업이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나서곤 있으나 ‘RE100 정책’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에선 정부가 나서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늘려야 한단 지적도 적지 않다. 현재 지자체별로 수립하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정부가 주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거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규제를 완화하는 등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사실 친환경을 외치기엔 무리가 있다”며 “어느 정도 힘쓸 순 있겠지만 기업 역량만으로 100% 달성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