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들에 '악의 축' 표현한 조합원…대법 "모욕죄 아니다"

by하상렬 기자
2022.11.11 06:00:00

페이스북 ''악의 축, 구속수사하라'' 게시글로 기소
모욕 혐의, 1심 무죄→2심 유죄 판단…대법서 재차 뒤집혀
대법 "비판 의견 강조…위법성 조각된다 볼 여지 크다"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동조합 간부들을 ‘악의 축’이라고 표현해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합원에 대해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모욕, 출판물에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11일 밝혔다.

부산지역의 한 버스회사 노동조합원인 A씨는 2018년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회 일정을 알리면서 노조 간부인 피해자들을 지칭하며 ‘버스노조 악의 축, 구속수사하라’라는 내용을 적시해 피해자들을 모욕했다는 공소사실로 그해 재판에 넘겨졌다.

또 A씨는 2017년 12월 버스기사 채용비리를 경찰에 제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로 언론사 인터뷰를 해 해당 내용이 방송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모욕 혐의에 대해선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모욕 혐의와 관련해 2심 재판부는 A씨의 표현은 피해자들이 범죄행위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위법한 모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양형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정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재차 뒤집혔다. 대법원은 모욕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사용한 이 사건 표현은 피해자들의 사회적인 평가를 저해시킬 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면서도 “피고인이 노동조합 집행부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원은 노조의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하고 내부문제에 대해 의견개진을 비롯한 비판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며 “피고인은 조합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합 재산의 투명한 운영 등을 요구하고 있었고, 그 주장을 하기 위한 집회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조합 운영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과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악의 축’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북한 등을 일컬어 사용한 이래 널리 알려지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 측의 핵심 일원이라는 취지로 비유적으로도 사용되고 있어,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