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학교 무릎호소’ 학부모 “아직 변한 게 없다”[인터뷰]

by김형환 기자
2022.08.09 05:50:00

서진학교 설립 앞장섰던 학부모 인터뷰
“교육은 국민 의무...왜 읍소해야 하나"
"서진학교 5년, 여전히 교육여건 열악"
"드라마 우영우처럼 주변인 도움 중요"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TV 속 우영우에는 열광하면서도 주변의 장애인에겐 권민우(극중 ‘권모술수’로 불리는 악역)처럼 행동할까요”

자폐성 장애를 가진 25살 딸을 키우는 이은자(51)씨는 이같이 반문했다. 옆에 있던 장미라(52)씨 역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장씨 역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23살 딸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드라마 속 ‘우영우’에는 열광하면서도 장애인 시설 설립에는 반대하는 행동을 이율배반적이라며 비판했다.

설립 간담회 당시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었던 이은자(왼쪽)씨와 장미라(오른쪽)씨가 지난 3일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이은자씨와 장미라씨는 2017년 소위 ‘서진학교 사태’ 당시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장애학생 학부모들이다. 장씨는 “그날 ‘누가 장애아 낳으라고 했냐’는 등 막말을 퍼붓는 주민들도 있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씨도 “우리 아이를 위한 특수학교라면 100번이고 무릎을 꿇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진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2013년 11월 첫 설립계획을 발표한 뒤 6년 4개월 만인 2020년 3월에야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들은 “서진학교 사태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아직 변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무릎꿇은 학부모 사진이 보도되면서 사회적 반향이 컸지만 그 때뿐이었단 얘기다. 이들은 “서진학교 이후에도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무릎꿇을 일이 많았다”며 지금도 장애학생들의 교육 여건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국가가 선심 쓰듯 특수학교를 신설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씨는 “교육은 국민의 4대 의무이며 장애학생도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읍소하고 사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학교 등 장애인 시설을 짓는 과정에선 한 번도 국가로부터 “설립이 늦어서 죄송하다”란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씨는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와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는 자신의 딸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영우와 우리 딸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비슷하다”며 “차이라면 우영우는 변호사이며 내 딸은 청소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우영우가 ‘봄날의 햇살’ 최수연과 남자친구 이준호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듯 자신의 딸도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주변인으로부터 받는 도움은 크다. 이씨는 자신의 딸이 일반학교를 다니던 당시 담임 선생님의 도움이 컸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씨는 “딸(안지현씨)이 소리를 지를 때마다 담임 선생님은 ‘지현이가 노래를 부르고 싶은 보다. 지금부터 음악 시간’ 이런 식으로 공감을 표해줬다”며 “자연스럽게 주변 친구들도 우리 지현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들은 드라마 속 우영우에 열광하는 것처럼 비장애인 모두 장애인의 친구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장애인이 주변으로 다가가도 거부감을 나타내지 말아달라”며 “여러분의 친구가, 이웃이 되고 싶어서 다가가는 것”이라고 했다. 장씨 역시 “우리 아이는 얼굴에서 장애를 앓고 있다는 표가 난다”며 “장애인이어도 모든 비장애인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