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플랫폼정책, 규제·자율 사이 고민할 때…플랫폼 심사지침은 필요"

by조용석 기자
2022.06.21 06:11:00

인수위 전문위원 지낸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심사지침 先 개정 후 도입…부처 상시협의체 가동해야”
“기업결합 인력 대폭 늘려야…담합 발생 구조 바꿔야”
“공정위-檢 정보 교환 필요…특사경 등 사전 개입 부적절”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지금은 플랫폼 정책에 있어서 자율로 갈 부분과 규제로 갈 부분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플랫폼 정책에 자율 규제라는 다소 형용모순적인 단어가 사용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플랫폼 심사지침은 필요하지만, 2년 가까이 지연된 상황이라 개정 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외부 전문위원으로 활약했던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인수위에서 박익수 김앤장 변호사와 함께 윤석열 정부 공정경쟁 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특히 인수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막내급 과장 1명만 파견받으면서 권 교수 등 전문위원의 영향이 컸다.

먼저 권 교수는 사전 규제 성격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뚜렷이 했다. 사전 규제를 하려면 향후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예상돼야 하는데, 여전히 진화 중인 플랫폼 산업은 예측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와 국내 네이버·카카오 등 대표 기업들의 규모 차이도 고려 요소로 봤다.

그는 “해외도 GAFA와 같은 메가 플랫폼만 사전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고, 이 부분도 여전히 논란이 크다”며 “현재 한국 플랫폼 산업 수준에서는 더욱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정책과 관련 자율 또는 규제로 해결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시기라는 설명이다. 실제 인수위 이후 공정위와 방통위(과기부)의 온플법 추진 동력은 사실상 고갈됐다.

다만 온플법과 별개로 온라인플랫폼 심사지침은 업계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봤다. 플랫폼 심사지침은 공정위가 플랫폼시장에서 발생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및 불공정거래 행위를 심사할 때 사용하기 위한 내부지침이다. 재계에서는 위법행위 유형을 담았다며 규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권 교수는 “심사지침은 필요하나 2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현 플랫폼 이슈를 잘 담아내기에는 부족해졌다”며 “늦은 상황이니 재검토를 해서 제대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심사지침에 포함된 위반유형인 자사우대의 경우 해외에서도 논란인 점, 최혜대우(MFN)와 관련 좁은 최혜대우(Narrow MFN)도 위법 유형으로 판단할지 등도 재검토 대상으로 봤다.



권 교수는 향후 공정위-과방위(방통위)가 플랫폼 규제 주도권을 두고 다투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인수위에서 기재부가 간사부처로 공정위·과기부·방통위·중기부가 모두 자율규제를 추진하기로 공감대를 이뤘다”며 “여러 산업에 걸쳐있는 플랫폼 정책은 특정 부처가 아닌 여러 부처가 함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그는 “각각의 부처가 각기 다른 정책을 내면서 기업들이 여러 부처의 눈치를 보게 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뒤 “부처 내 상시적 협의체가 만들어 내부에서는 부처 간에 치열하게 다투더라도 외부로 나오는 메시지는 하나로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가 여러차례 강조한 ‘정부부처의 서비스 마인드 장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권 교수는 새 정부 공정위는 본래 역할인 기업결합(M&A)·시장지배적 지위남용·부당공동행위(카르텔)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경쟁당국의 주요 역할인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 “해외에서는 공정위가 10명도 안 되는 기업결합 인원으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하냐고 놀라지만 반대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있을 수 있다”며 “확실하게 인력을 투입하고 내실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르텔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를 이용해 장기간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으나 이제는 단순히 사건만 적발할 때는 지났다”며 “담합이 발생하는 구조를 본질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다수의 사건이 몰리는 대리점법 등 이른바 `갑을관계법`에 대해서도 공정위 직권 해결이 아닌 민사적 구제수단을 활성화해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권 교수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기소 가능)은 유지돼야 하지만 형벌 조항이 있기에 검찰과의 충분한 정보 교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이나 범칙조사제도와 같이 검찰이 사건 초기부터 개입하는 것은 경쟁법 집행에서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니라는 게 권 교수의 생각이다.

아울러 권 교수는 공정위의 외부인 사적 접촉 금지제도도 지적했다. 그는 “공정위는 지금도 위원회와 사무처가 너무 밀접해 제대로 분리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데, 외부 접촉까지 차단되면서 바깥 목소리를 더 듣기 어려워졌다”며 “오히려 음성적인 만남을 부추길 수 있기에 이는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