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실적 낸 금융그룹들…"웃는게 웃는게 아냐"

by노희준 기자
2022.02.10 05:30:00

신한지주 작년 순이익 4.2조 달성...전년比 17.7%↑
우리금융, 순이익 2.6조 달성...전년比 98% '급증'
KB금융, 순이익 4.4조...전년비 比 27.6%↑
부실 우려 및 보수적 충당금, 예대금리차 주시 등 부담

[이데일리 노희준 김정현 기자] KB금융지주에 이어 신한금융지주까지 순이익 ‘4조 클럽’(4조원대)에 합류하면서 ‘금융지주 4조원 시대’가 활짝 열렸다. 4대 금융은 올해 역시 금리 상승기를 맞아 호실적이 예상된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3월로 잠정 예정된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및 이에 따른 대출 부실 가능성, 금융당국의 보수적 충당금 적립 요구와 예대금리차 주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신한금융(055550)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이 4조19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9일 공시했다. 이는 2020년보다(3조4146억원)보다 17.7% 많은 역대 최대 실적이자 8년 연속 순익 증가다. 전날 국내 금융회사에서 처음으로 순이익 4조원을 돌파한 KB금융(105560)(4조4096억원)에 이은 두번째 ‘4조 클럽’ 가입이다.

같은날 우리금융도 2조5880억원의 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을 달성해 전년 대비 98% 급증한 성적표를 내놨다. 순이익이 거의 2배로 늘어나 지난해 4대 금융 중 홀로 순이익이 감소했던 부진에서 탈출했다. 10일 실적을 내놓는 하나금융의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 3조3529억원)까지 고려하면 지난해 4대 금융의 순이익 합계는 1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4대 금융그룹의 역대급 실적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금공급이 늘어난 데다 ‘영끌’, ‘빚투’로 대출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여기에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타면서 금융지주 실적을 한층 더 밀어올렸다. 실제 신한금융은 지난해 총자산이 888조2000억원을 기록해 1년 새 6.2% 증가했다. KB금융의 총자산과 우리금융 총자산도 13%씩 불어났다. 이런 영향으로 신한금융 이자이익은 지난해 11%, KB금융의 이자이익도 15.5% 늘었다. 우리금융 이자이익 역시 16.5% 불어났다.

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분 성장도 역대급 실적을 뒷받침했다. 신한금융은 카드, 증권, 캐피탈 등의 성장으로 비은행 순이익이 1년 새 23.4% 늘어나 은행 순이익 증가율(20%)을 앞질렀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 순이익에서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42.1%까지 확대됐다. KB금융 역시 수익 다각화 노력 덕분해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비중이 42.6%를 기록해 전년(33.5%)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커졌다. 우리금융 역시 비은행 부문 손익 비중이 지주 설립 당시인 2019년초 10%에서 지난해 17.2%로 7.2%포인트 늘었다.



관건은 사상 최대 실적의 지속 가능성 여부다. 올해 역시 대출성장 및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이익 증가가 예상되지만 금리 상승이 가팔라지면 부실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망가질 수 있다. 특히 ‘가려진 부실’로 평가되고 있는 금융권의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올해 종료되면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이들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2020년 4월부터 시행중이다. 지난해 11월까지 272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에 이런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미래 부실에 대한 흡수능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4분기부터 보수적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충당금이란 채권이 부실화된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순이익 일부분을 별도로 떼어놓은 것을 말한다. 회계적으로 비용으로 인식돼 순이익을 갉아먹는 요소다. 신한은행은 4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165.8% 증가한 1624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지만, 지난해 전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49.8% 적게 쌓았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쌓은 충당금도 전년도에 비해 63.2% 적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리 쌓아놓은 충당금이 많아 문제가 안되지만, 사상 최대 실적으로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금융권은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부실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태경 신한금융 부사장(CFO)은 이날 실적 발표후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 금융지원을 종료하더라도 이미 적립한 충당금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며 “분할상환유예 잔액 중 고위험군 신용노출액이 500억원, 이자유예 잔액 중 (고위험군) 신용노출액이 560억원으로 (전체 고위험군 신용노출액은) 총 1000억 수준이나 기존 충당금 잔액은 1400억원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자이익을 가져오는 핵심인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의 적정성을 두고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점도 금융권으로서는 부담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을 가져오는 금리 자체의 산정체계가 적정한지 들여다보고 있다.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