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이준서 실격에 "중국이 중국했다"...여야 모두 '분노의 밤'

by박지혜 기자
2022.02.08 07:00: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강원도청)·이준서(한국체대)의 실격에 정치권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7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직후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힘(국민의힘)이 집권하면 매일 중국 올림픽 보는 심정일 것이다. 불공정이 일상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한 누리꾼은 “이것은 스포츠맨십 위배이며, 우리나라 선수단이 불공정 판정으로 불이익을 당한 것인데 이걸로 국힘을 공격하시나요? 편파 판정을 항의하셔야죠. 진짜 무슨 생각이신지. 지지자들은 부당한 친중 프레임 벗으려고 오만 고생 다하는데 현장의 국회의원이 이런 글을 쓰십니까. 부적절합니다. 부디 글 내려주세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김 의원은 심상치 않은 댓글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해당 글을 내리고 “우리 선수들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실력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단 여러분이 진정한 승자”라고 적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를 마친 뒤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 선수들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력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단 여러분이 진정한 승자”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같은 당의 송영길 대표는 자정을 넘긴 시각, “불공정에 대한 분노로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송 대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황대헌, 이준서 선수의 실격 판정.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난다. 준결승 상황을 몇 번을 다시보기 해봐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올림픽 정신은 어디에 가고 이런 편파적인 판정만 남은 것인가? 개최국에 유리한 것을 넘어서 개최국 독식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89개국이 참가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중국 체육대회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공정한 심판이 중요하다”며 “4년 동안 피땀 흘려 준비한 선수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더 참담하다. 우리 선수들 정말 잘했다. 용기 잃지 말고 끝까지 선전해주시기 바란다. 감독도 없이 출전한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 크다”고 전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중국은 과연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막가파식 판정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위신만 추락시킬 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 의원은 “스포츠 정신, 올림픽 정신은 어디다 팔아먹었는가”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향후 100년간 중국이 다시는 올림픽을 유치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에선 하태경 의원이 “가족들과 함께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보다가 모두 열 받고 흥분했다”고 분노했다.

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게 스포츠 정신이고 올림픽 정신인가? 그냥 자기들끼리 전국체전이나 하지!”라고 꼬집으며 “한국의 황대헌, 이준서, 그리고 헝가리 리우 샤오린 선수 그대들이 진정한 승자다! 이 반칙과 불공정 바로 잡지 못하면 IOC는 그냥 문 닫읍시다!”라고 외쳤다.

김재섭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은 “스포츠와 정치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싸움을 제도화 했다는 점이다. 정치는 세련된 배분 투쟁이고 스포츠는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고 운을 뗐다.

김 전 위원은 “그래서 싸움이 스포츠나 정치로 제도화 되려면 ‘룰’의 준수가 가장 중요하다. 그 룰이 깨지고 무시되는 순간, 우리는 축구공 대신 주먹을 날릴 것이고 정치적 타협 대신 총칼을 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나라의 스포츠 문화와 정치적 의식은 그 나라의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그래서 스포츠 룰 따위 개나 줘 = 전근대 국가 이렇게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축구리그에서는 불법도박, 승부조작, 경기 중 폭력사건이 만성적으로 일어난다”며 “이번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보며 뭐 이딴 판정이 있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번 사건은 그냥 중국이 중국 한 거다”라고 일갈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이준서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2조 경기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이준서는 비디오 판독 결과 실격처리 됐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날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는 조 1위와 2위를 기록했지만 모두 레인 변경 반칙으로 결승이 좌절됐다. 두 사람 대신 결승에 오른 건 모두 중국 선수였다.

결승에서도 석연치 않은 판정이 이어졌다. 헝가리의 사올린 샨도르 류가 가장 먼저 통과했지만, 그 역시 레이스 도중 반칙으로 인해 실격 처리됐다. 결승선을 앞에 두고 중국의 런쯔웨이는 대놓고 손을 쓰며 산도르와 몸싸움을 벌였지만, 런쯔웨이는 산도르와 정반대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은메달도 중국 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