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면 아래 감춰진 인터넷 권력구조

by윤종성 기자
2021.11.10 05:30:00

21세기 권력
제임스 볼|364쪽|다른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인터넷은 원래부터 권력을 갖고 있던 자들이 더 많은 권력을 쥐고, 부자들이 더 큰 부를 축적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정치, 사회, 문화 전 영역에서 기존에 구축된 힘의 지형도를 무너뜨리는 혁명적 도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양극화를 향해 달리는 급행열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거대한 컴퓨터 통신망이 놀랍게도 일부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통제·조작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면 아래 감춰진 인터넷의 권력 구조를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책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터넷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인터넷의 창시자로 꼽히는 레너드 클라인록과 스티브 크로커를 비롯해 전 컴캐스트 홍보이사인 프랭크 엘리아슨, 벤처 캐피털리스트 존 보스윅, 앱넥서스의 CEO 브라이언 오켈리, 위키피디아 설립자 지미 웨일스 등을 직접 만났다.



저자는 이들과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사람, 그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 시스템을 이용해 돈을 벌고 통제하는 사람이 누구이며, 그들이 어떤 역학에 따라 움직이는지 심층 분석한다. 저자는 “인터넷의 권력과 돈줄을 쥐고 있는 극소수 최상류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의 부를 계속 키워왔다”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쥐고 있는 것을 놓지 않기 위해 시장을 독과점하고, 가짜 뉴스와 미끼 기사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정보 감시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극우와 반체제 정당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인터넷을 바로잡고 통제하는 일은 세상을 바로잡고 통제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이제 인터넷을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