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②정영애 장관 “디지털 성범죄·성별 인식격차 해소 위해 여가부 꼭 필요”
by박철근 기자
2021.10.08 06:00:00
비판·지적 수용하지만 부처 폐지 주장에는 동의 못해
새로운 이슈는 늘 발생…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있어야
[대담= 송길호 사회부장 정리= 박철근 기자] 지난 7월 정치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섰던 하태경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불을 지핀 데 이어 이준석 당대표까지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정준영 단톡방, 웰컴투비디오 사건 등 성(性) 관련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피해 여성을 보호하는 데 미흡했다는 이유다. 특히 전임 여가부 장관이 성추행 사건에 대해 “성인지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발언이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여기에 여가부의 기능이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다른 부처와 중복되다보니 기능 통폐합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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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론은 정치권 내의 공방에 그치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어져 청와대가 부처 존치에 손을 들어주면서 겨우 일단락됐다. 하지만 내년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여가부의 모습은 어떤 형태로든 기존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영애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된 여가부 폐지 주장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정 장관은 “여가부의 역할이 미진하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비판과 지적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여가부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으니 부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그는 최근의 상황을 과거 노예제와 비교해 설명했다.
정 장관은 “흑인들을 노예로 두는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예제가 유지된 것”이라며 “상황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그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해결하고자 하는 필요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행 피해자 보호문제, 직장내 성희롱 등 과거에는 문제제기조차 어려웠던 문제들이 이제는 사회적 이슈가 됐다”며 “어떤 이슈를 해결하면 또 새로운 이슈가 생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정책환경에 대비해 여가부의 정책적 기능과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 장관의 주장이다. .
정 장관은 “여성 대표성 확대,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등 여가부의 정책은 여러 부처와 연관되어 있다”며 “오히려 여성·가족·청소년 정책의 총괄·조정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성별 인식격차 해소 △경력단절 여성 경제활동 촉진 △스토킹 방지 △1인가구 증가 등 다양한 가족 형태 지원 △비대면 시대의 청소년 보호 △다문화 정책 재구조화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디지털 성범죄 규제 등 법·제도 정비 △인신매매 방지대책 수립 등 전담기능 강화 △개별적 성차별 등에 대한 여가부 직접 조사 등 국민들이 정책효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으려면 여가부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논리다.
정 장관은 “여가부가 미흡한 부분이 많고 저도 외부에 있을 때 여가부가 좀 더 잘해주기 바랐던 사람 중 하나”라며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여·운영 중인 양성평등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청소년정책위원회 등의 기능을 강화해 부처 간 조정 및 협의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