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지금의 주택청약제도는 공정한가?

by정두리 기자
2021.09.28 05:34:29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 최근 1인 가구, 소득초과자, 무자녀 신혼부부 등으로 특별공급 청약기회를 확대하여 특별공급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개선안이 발표되었다. 민영주택에 한해 1인가구도 생애최초 특공이 가능해지고, 소득기준을 초과하는 맞벌이 가구라도 자산기준을 만족하면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을 가능케 하는 것이 골자다.

1977년 ‘국민주택 우선 공급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고 국민주택청약부금 가입자에게 주택분양 우선권을 부여한 것이 현재 청약제도의 시작이다. 제도 도입 이래 청약자격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개정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청약제도는 지나치게 복잡하며, ‘청포족’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합리성에서도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신혼부부 특공은 2008년 도입됐으며, 생애최초, 다자녀, 노인부양가구 등으로 확대되었다.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으로 구분하여 다자녀, 신혼부부, 노부모부양가구 등 유형에 따라 비중이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일반공급은 특공에 해당되지 않는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에게 우선 공급되며 가입기간과 납입금을 기준으로 공공분양은 저축총액에 따른 순차제, 민간분양은 가점·추첨제 등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일반공급 방식으로는 신혼부부 등 특정 집단이 청약 기회에서 불공평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특별공급이 도입되었는데, 현재는 특별공급의 비중이 일반공급보다 훨씬 높다. 국민주택은 특공이 85%, 일반공급은 15%에 불과하다. 민영주택도 공공택지인 경우 특공이 58%, 일반공급이 42%이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제도가 신규주택 공급, 배분에 있어서 세대간, 세대내 형평성을 도모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주택구입 소득조건은 계속 완화되어 왔다. 민영주택 특공 중 일반물량 30%의 경우 120%(맞벌이는 130%)에서 140%(맞벌이 160%)까지 완화되었다. 정부에 따르면 소득기준 완화를 통해 무주택 신혼가구의 92%가 특공 청약자격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30대 신혼부부 증 소득이 높은 가구는 40~50대 무주택자들보다 청약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그러나 40~50대 무주택자들은 30대 이하보다 오랜기간 동안 내 집 마련을 기대해온 세대들이다. 이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좀 더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수도권에서 30대 초반에 결혼하여 내 집을 마련하기 까지 평균 8.4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 집 마련 평균 나이는 30대 후반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신혼부부들에 대한 소득기준 완화가 정말 사회전체적으로 합리적인지, 기준완화의 목적은 달성하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추첨제와 가점제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투기과열지구 85㎡ 이하주택은 가점제 100%로 운영되고 있어 가점이 낮은 가구들의 불만이 되고 있다. 가점은 부양가족이 35점, 무주택기간이 32점이어서 부양가족이 적은 젊은 가구들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소형주택일수록 추첨제 비율을 높여 청약 기회를 열어주거나 지자체별로 조정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신혼희망타운은 혼인기간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 자녀를 둔 경우 신청자격이 되는데 신혼부부 특공 자격을 혼인후 7년 이내로만 제한하는 것보다는 신혼희망타운처럼 자녀 연령과 연동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청년세대가 처한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해야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더 오랜 기간 기다려온 40~50대 장기 무주택자들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때 전제조건은 청년세대가 임대로 사는 동안 급격하게 주택가격이 상승하여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기간이 ‘자산축적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리한 대출을 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한 20~30 세대들에게 공공임대에 거주하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꼰대세대의 잔소리일 수 있다. 각자 생애주기에 맞는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주택시장 안정이 필수적이다. 청약제도의 합리적 개선도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토대하에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