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그 이름’ 스태그플레이션 화두에 긴장하는 월街

by방성훈 기자
2021.08.06 06:00:00

1970년대 高물가·高실업 재발 우려↑…곳곳서 경고음
골드만 "美채권시장,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반영"
루비니 "1970년대보다 부채 많아…위기, 더 악화할 것"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학교 교수.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월가(街)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델타변이발(發)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불거지는 가운데 경제지표 중 눈에 띄게 오르는 것이 물가상승률 외엔 없기 때문이다. 특히 4일(현지시간) 공개된 고용지표 악화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지난달 30일 마이너스(-)1.18%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TIPS 금리는 물가상승률에 연동되는데 보통 국채 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뺀 값으로 결정된다. 즉 현재 미 국채 10년물의 실질금리는 현재 마이너스라는 얘기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렇게 낮은 수준의 실질금리는 시장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반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블리클리 투자자문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도 현재의 경기 상황을 고물가·고실업이 이어졌던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의 스태그플레이션 주기에 비유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지난 6월 3.5% 상승해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상(GDP) 성장률은 연율 6.5%로 월가 추정치인 8.4%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성장률이 낮아질수록 인플레이션이 높아졌던 1970년대 상황과 닮아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크바 CIO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가 다뤄보지 못했던 세상”이라며 “지난 수십년 동안 적용했던 일반적인 대응은 쓸모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마켓워치는 최근 델타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이안 린젠, 벤 제프리 전략가는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유발한 공급망 병목현상이 악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수십년래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델타 변이 확산이라는 새로운 물결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다음 단계 통화정책 타이밍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물결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이달초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산 거품을 부추기는 느슨한 통화 및 재정 정책은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이 부정적인 공급 충격과 결합될 때 1970년대 유형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에는 부채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며 “다가오는 위기는 (1970년대보다) 훨씬 더 악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