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선에서 `곱버스` 산 개미, 못 버티고 손절하나
by최정희 기자
2020.06.10 00:20:00
최근 2주 연속 `코덱스 인버스2배 ETF` 5200억 매수
코스피200, 12거래일째 상승..곱버스, 이달에만 16% 가량 급락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손실률이 30%를 넘으니 이제 하루 하루가 괴롭다. 코스피가 조정 없이 올라간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Inverse)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가 하락폭의 두 배를 추종하는 ‘곱버스(인버스 수익률의 두 배)’ 투자자들은 더 애가 탄다. 곱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달 들어 16% 가까이 급락했다. 코스피 지수가 조정 없이 무려 8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코스피200지수는 12거래일 연속 오른 영향이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서 2100선을 단숨에 돌파, 2200선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조정을 받더라도 그 폭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버스, 곱버스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손절을 해야 하나, 버텨야 하나를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5일까지 무려 10거래일 연속 ‘코덱스(KODEX) 200선물 인버스 2배 ETF’를 5200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카카오(035720) 다음으로 코덱스 인버스 2배 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지난 주에만 2900억원 가량을 사들여 순매수 1위에 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달 25일부터 곱버스를 매수한 것은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서 머뭇거리자 ‘상승세가 어느 정도 끝나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2002.65까지 올라섰으나 못 버티고 1.41% 하락 마감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곱버스가 추종하는 코스피200지수는 공교롭게도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무려 1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코덱스 인버스 2배 ETF는 지난 2주간 22.8%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만 15.6% 하락했다. 버티다 못한 개인투자자들은 8일 359억원을 매도했다. 하지만 인버스 매수세는 여전히 강하다. 이날은 코스피 지수가 장중 2200선을 찍었다가 다시 하락하는 등 상승세가 둔화되자 417억원 가량 매수세가 유입됐다.
지난주 인버스 ETF를 매수한 한 개인투자자는 “매일 팔까를 망설이는데 ‘내일은 떨어지겠지’란 생각에 계속해서 못 팔고 있다”며 “계속 오르니 물타기하기도 어려운 장”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개인투자자들이 증시가 오를 때 상승에 베팅한 금액보다 하락에 베팅한 금액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폭락장에 주식 매수로 잘 진입은 했으나 인버스 ETF 투자로 손해를 보는 투자자도 상당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3월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개인투자자가 코스피 및 코스피200 관련 ETF(레버리지 포함) 투자액은 3조9965억원인 반면 인버스(곱버스 포함) ETF 매수액은 5조8429억원으로 ‘상승’ 베팅액보다 46% 가량 더 많다. 레버리지, 곱버스 ETF는 일일 수익률의 두 배 포지션을 갖기 때문에 투자액도 두 배씩 계상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수익을 냈겠지만 인버스 ETF로 손해를 확대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코스피의 향후 방향성이다. 증권가에선 코스피 방향성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으나 11일 공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비둘기 색채가 강할 것으로 예측돼 지수 폭락 가능성은 낮단 분석이 나온다. 정 연구원은 “코스피는 전 고점에 근접했고 매수세가 강해 간헐적으로 상승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며 “조정이 나오더라도 기간 조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