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10th] "北 한발 물러서게 하려면 '한미 동맹' 굳건해야"

by신정은 기자
2019.06.13 05:10:00

맥스 보커스 전 대사 등 ''대한민국, 오늘과 내일'' 대담
美, 중재자 자처 文 정부에 의구심
"비핵화·제재 완화 동시 완성해야"

12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첫날 세션토론 ‘대한민국, 오늘과 내일’ 좌담회에서 맥스 보커스(왼쪽부터) 전 중국주재 미국대사,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안호영 북한대학원대 총장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신정은 김범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발 물러설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견고한 한미 동맹이 필요하다.”(맥스 보커스 전 중국주재 미국대사)

“대북 정책에 있어 미국과 한국이 같은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안호영 북한대학원대 총장)

보커스 전 대사와 안 총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1주년이 되는 12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대한민국, 오늘과 내일’이란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이 진행을 맡은 이번 대담에서 이들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과 현실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남 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정체됐다. 북미 간 중재자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의 역할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학의 정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보커스 전 대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본인의 강력함을 자국은 물론, 전 세계 무대에 내보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이 중요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핵·미사일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모든 걸 ‘트위터’를 통해 하면서 강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자신의 전략이 먹히는 것을 즐긴다”면서 “본인을 알리고 관심을 받고 싶어하지만, 북한과의 관계와 미·중 무역분쟁 등 국제관계에 있어서 많은 부분에 대한 논의는 조용히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에는 합의됐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의사결정자들이 합의하는 게 끝이 아니고 실무자들이 세부 사항을 다뤄야 하기에 시간이 걸리고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 총장은 보커스 전 대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젊고, 핵무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경제발전 등을 포함해) 포기할게 많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결단이 어렵겠지만 단계적으로 계획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안 총장은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고 어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정책을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전략에 대해 개성공단 재가동에 있어 한국과 미국이 엇박자를 냈던 사례를 소개하면서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한미 양국이 단일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이런 공통 전략이 로드맵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총장은 이어 “이 로드맵 끝에는 출구가 있어야 한다”며 “그 출구에는 북한의 비핵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경제 제재 완화 등 4가지 내용이 담겨야 하고 이들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커스 전 대사와 안 총장은 특히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남 원장이 “일각에서 한미 동맹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언급한데 대해 보커스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걸 좋아한다. 이런 모습을 100% 믿어서는 안된다”며 “한미 동맹 균열은 없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견고하다”고 확신했다.

안 총장 역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이 강력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어려움이 닥쳐도 과거처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보에 있어 우려할 것은 너무 안일함을 가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격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보커스 전 대사와 안 총장은 ‘관세 부과’를 두고 온도차를 보였다.

보커스 전 대사는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했던 경험에 비추어 “알루미늄과 철강 등 무역에 있어 미국과 한국 사이 관세 부과 문제가 있긴 하다”면서도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과 서로 시너지 만들수 있으며, 중국도 함께 전략을 짜내고 해법을 찾아갈 수 있다. 포기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협상을) 반복해 나갈 때 비로소 성공적인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내 누구를 만나도 중국에 관한 모든 건 ‘독약과 같다’며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상황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를 새로운 무기로 여기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무역 관련해서 전임자보다 잘하고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했다. 또 “무역분쟁에서 중요한 하나는 무역이고 다른 하나는 안보인데, 안보 관련해서 어떻게 하면 중국이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게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안 총장은 “보커스 전 대사 의견에 대해 관세 의견을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미중 무역분쟁은 단순히 무역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고 양국의 문제만도 아니다. 그 파장은 주변국 등 전 세계적으로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부상은 불가피하고 중요한 국제적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라는 게 미국에 대한 조언”이라며 “중국은 급격한 성장을 거듭해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해당사자가 됐다. 이는 책임감도 더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중국은 미국과 같은 출발점에서 출발했는데 ‘동맹 이슈’에 대해서 양국의 입장이 매우 다르다”며 “주중 대사 등 현지 분위기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이 늘어나는 걸 원치 않는 듯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