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25시]“은밀하고 조용하게”..與, 당권두고 ‘섀도우’계파다툼

by임현영 기자
2018.08.19 09:02:48

"계파 없다"지만 '줄세우기' 문화 여전
전해철-우원식 등 우회적 지지선언
보다못한 민주당 선관위 '경고조치'

1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ㆍ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후보, 김진표 후보, 이해찬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 캠프는 당심을 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특히 최종 표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심을 잡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후보들 모두 “한 명이라도 더 만나자”는 일념으로 지방 일정에 전념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전당대회 특징은 계파구도가 흐릿해졌다는 겁니다. 과거같은 줄세우기 문화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관련 질문에 민주당 관계자들도 “이제 우리 당에 계파같은 건 없다”고 단언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인기 덕입니다. 최근 하락세에 직면했으나 여전히 6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 ‘친문’ ‘비문’을 따지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은 일입니다. 계파에 자유로운 초선 의원도 절반에 육박합니다.

그렇다면 계파다툼은 정말 사라진 것일까요.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민주당 내 계파다툼은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섀도우’계파다툼인 셈이죠. 일부 의원들의 노골적인 특정후보 지지선언이 그 증거입니다.

계파다툼이 은밀하게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개적인 지지선언을 금지하는’ 당규 때문입니다. 민주당 당규 33조 제11호에 따르면 ‘국회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이 공개적이면서 집단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규정 탓에 일부 의원들은 꼼수를 쓰면서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지지한다‘는 직접적 언급없이 해당 후보의 선거전략,공약 등과 “뜻을 같이한다”는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는 식입니다.



전해철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군림하지 않는 민주적 소통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전 의원의 그간 언행으로 미뤄볼 때 명백한 김 후보에 대한 지지입니다. 앞서 우원식 의원도 이해찬 후보의 공약을 환영한다며 사실상 이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박범계 의원도 “칼칼한 리더십”을 언급하며 이 후보 쪽에 섰습니다.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인사를 종합해본 결과 이해찬·김진표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 대다수를 이룹니다. 인지도·조직력 등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만큼 돕겠다는 인사도 몰리고 있습니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송영길 후보는 “자유로운 대의원들의 표심 결정을 계파, 줄세우기, 세력다툼으로 변질시킬 수가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결국 세 캠프간 세(勢) 대결로 치닫고 있는 셈입니다.

보다못한 민주당 선관위는 해당 의원들에게 ’경고 조치‘를 날렸습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린 경기지역 C 의원‘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경기지역 A의원‘ 등 실제 사례를 열거하며 당규 위반을 강력 저지했습니다. 선관위의 경고에 전 의원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일련의 해프닝으로 수면밑에 가라앉아 있던 ‘줄세우기’ 문화를 다시 확인한 것같아 씁쓸해집니다. ’지지인 듯, 지지아닌, 지지같은‘ 움직임 속에 “계파는 사라졌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주장을 믿을 수 있을까요. 미래로 나아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아닌 오히려 과거의 계파정치를 부활시키는 전당대회가 되는 것은 아닐 지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