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얼큰·시원·담백…칼국수 한가락 뽑고 가실래유

by강경록 기자
2018.06.08 00:00:01

칼국수의 고장 ‘대전’
사골로, 멸치로…원조 양대산맥 ‘신도-대선칼국수’
동죽조개 한가득 ‘오씨칼국수’
얼큰이칼국수의 원조 ‘공주분식’
이영자도 홀딱 반한 복수분식 ‘얼칼+두부두루치기’

대전은 칼국수의 고장으로 불린다. 오죽하면 대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칼국수를 뽑을 정도다. 대전에만 칼국수 간판을 내건 음식점만 무려 600곳이 넘는다.


[대전=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대전은 칼국수의 고장이다. 대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칼국수로 꼽을 정도다. 그만큼 다양한 칼국수가 존재한다. 50~60년 역사와 전통이 있는 집도 많다. 최근에는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칼국숫집도 즐비하다. 대전에만 칼국수 간판을 내건 음식점만 무려 600곳이 넘는다. 여기에 분식점 등을 더하면 1000곳을 훌쩍 넘긴다. 대전 사람들이 얼마나 칼국수를 즐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전 칼국수의 원조로 불리는 ‘’신도칼국수‘
신도칼국수 연도별 국수그릇
◇‘정성’으로 대를 이은 칼국수 ‘신도칼국수, 대선칼국수’

일본어에 노포(老鋪: 시니세)라는 말이 있다. 대대로 내려온 유명한 가게라는 말로 가업을 잇는 정신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어느 곳에서든 장인 정신이 깃든 곳은 빛이 나기 마련이다.

동구 정동의 신도칼국수는 대전 칼국수의 원조다. 1961년 대전역 앞에서 시작해 지금도 한 자리에서 영업 중이다. 개업한 지 57년이 됐으니 대전 칼국수의 원조인 셈이다. 얼핏 보면 일반 칼국수처럼 보이지만 젓가락으로 면을 한 바퀴 휘감아 입안으로 넣으면 향과 쫄깃한 식감이 그만이다. 사골을 오랫동안 삶아 육수를 낸다. 가게 안에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칼국수를 담았던 그릇이 나란히 전시해 있다. 현재 중촌동과 월평동에 분점이 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운영한다. 명절 당일만 휴무다. 동구 대전로825번길 11. 칼국수 6000원, 수육 1만 2000원~1만 5000원. 두부두루치기 1만 원

대선칼국수의 칼국수는 직접 담근 열무김치를 곁들여야만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신도칼국수와 함께 대전 칼국수의 원조로 불리는 대선 칼국수는 둔산동 대전시청 맞은편 골목 안에 자리하고 있다. 1958년 문을 열었다. 신도칼국수가 사골 육수라면, 대선칼국수는 멸치 육수로 국물을 낸다는 점이 두 식당의 가장 큰 차이다. 대선칼국수 인기의 비결은 역시 맛이다. 면이나 국물, 그리고 열무김치까지도 순하다.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깊은 맛을 낸다. 면은 두꺼우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하다. 밀가루 반죽 시 콩가루를 섞어 손으로 반죽해서 썰어내기 때문이다. 육수는 멸치를 기본으로 다시마, 바지락으로 국물을 낸다. 여기에 마늘과 양파, 대파 등의 양념이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담백하다. 이 집 별미는 비빔 칼국수다. 고추장, 참기름, 깨소금, 쑥갓을 넣고 비벼 먹는 칼국수다. 이 집의 명품은 수육이다. 60~70kg에 이르는 질 좋은 국산 돼지의 삼겹살 부위를 논산에서 공급해 와 이 집만의 비법으로 그때그때 삶아 내놓는다. 듬성듬성 썬 수육 한 점을 새우젓에 푹 찍어 상추에 올린 뒤 양파 한 점을 고추장에 찍어 입안에 넣는다. 돼지 누린내는 찾아볼 수 없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온다.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365일 영업한다. 둔산중로40번길 28. 칼국수 6500원, 비빔국수 7000원, 수육 2만 5000원~3만 5000원.

대선칼국수의 별미인 ‘비빔국수’
오씨칼국수의 물총칼국수


◇동죽조개 하루 700kg 사용하는 ‘오씨칼국수’

동구 삼성동의 허름한 건물에 자리한 오씨칼국수는 매일 진풍경이 펼쳐진다. 칼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모습이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칼국수이기에 이 많은 사람이 기다릴까. 대표 메뉴는 우리가 흔히 먹는 칼국수가 아닌 ‘물총칼국수’다. 칼국수를 ‘동죽조개’로 끓이는데 이 동죽조개가 물속에서 숨을 쉬는 모습이 물총을 쏘는 것 같다고 해서 물총이라고 불린다. 칼국수를 직접 반죽해서 밀대로 밀어 썰어내는 손칼국수에 동죽조개를 한가득 담아 끓여낸다.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인상적이다. 면발 역시 우동면과 같이 굵어 쫄깃함과 탱글탱글함을 자랑한다.



오씨칼국수의 물총조개탕


항아리에 푸짐하게 담아 나오는 칼국수에 고명으로 호박, 쑥갓, 대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 더 깊은 맛을 낸다. 칼국수에 푸짐하게 앉혀진 동죽 조갯살을 발라 먹다 보면 면이 불어 맛이 없겠다 싶지만, 국물이 어느 정도 식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면발이 이곳만의 또 다른 자랑이다. 맛의 비법은 여느 집과 달리 멸치와 10여 가지 재료를 넣고 24시간 우려낸 육수에 있다. 칼국수의 맛을 좌우하는 김치 겉절이는 무척 매우니 주의해야 할 정도다. 식욕을 돋우는 것은 덤이다.

칼국수와 함께 물총(동죽)과 물총조개탕도 인기메뉴다. 동죽은 하루 두 번 전북 고창 등 서해안에서 살아 있는 동죽만을 직접 공수해와 사용한다. 물총은 동죽조개찜에 가깝고, 물총조개탕은 청양고추와 마늘, 파만을 넣어 끓여낸다. 시원하고 매콤하다. 동죽은 하루에 보통 600~700kg을 쓴다. 특히 이곳은 가맹점과 분점을 운영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대전 동구 옛신탄지로 13. 물총칼국수는 6000원 물총 1만 원, 물총조개탕은 3만 5000원이다.

오씨칼국수의 물총조개탕
공주분식의 돼지수육. 대전의 대부분은 칼국수 집에서는 돼지수육이 메뉴에 들어가 있다. 몇몇 식당 주인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칼국수만으로는 수익을 올리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칼’의 원조 ‘공주분식’, 이영자가 극찬 ‘복수분식’

대전을 대표하는 칼국수 중에 얼큰이칼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얼큰이칼국수는 한때 대흥동 일대를 주름잡던 칼국수다. 멸치국수와 사골국수를 기반으로 하는 멀건 전통칼국수에 반해, 얼큰이칼국수는 맵고, 진한 육수로 대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 칼국수의 원조가 공주분식이다. 공주분식은 윤석주 씨가 일본에서 육수 기술을 배워 1974년 대흥동 네거리 국민은행 뒤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공주분식은 2009년 대흥동 재개발로 인해 문을 닫았다. 2011년 공주분식에서 일을 도왔던 친척 동생인 유봉례 씨가 2년여의 공백 동안 기술과 비결을 전수받아 문창동 오토바이 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새 둥지를 틀었다. 공주분식 이름도 그대로 사용했다. 얼큰이칼국수는 다른 재료를 섞지 않고 순수하게 통영산 멸치로만 육수를 우려낸다는 점이다. 이 육수에 고춧가루와 간장 등을 배합해 숙성시킨 양념장을 풀어 국물이 걸쭉하고 발갛다. 이 국물에 달걀을 풀고, 김가루와 깨소금을 뿌린 뒤 신선한 쑥갓을 넣으면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다진 지고추를 넣어 맛을 조절한다. 최근에는 SBS 백종원의 3대 천황에 소개되면서 옛 추억을 가지고 찾는 분들이 많아졌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대전 중구 문창로 97번. 명절에만 휴무다. 칼국수 5000원. 수육 2만 1000원~2만 4000원이다.

공주분식의 얼큰이칼국수
개그맨 이영자가 극찬한 복수분식의 얼큰이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


대흥동에 새로운 신흥강자가 등장했다. 개그맨 이영자가 한 TV프로그램에서 맛집으로 소개한 복수분식이다. 이 집은 원래 얼큰이칼국수로 유명했던 곳. TV에 소개되면서 두부두루치치가 불티나게 팔린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평일 늦은 오후에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여 자리 잡기도 쉽지 않을 지경이다. 두부두루치기에 얼큰이칼국수와 주먹밥을 함께 곁들이면 ‘식사’가 아닌 ‘대접’(이영자 표현)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중구 대흥동 382-1. 얼큰이칼국수 6000원, 두부두루치기 1만 2000원, 주먹밥 3000원이다.

복수분식의 얼큰이칼국수. 대전의 여느 칼국수 집처럼 쑥갓이 함께 나온다. 쑥갓은 향이 강하지만 국수를 일부 먹고 난 후 쑥갓을 함께 넣어 먹는다면 다양한 국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