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년' 오늘 노무현 前대통령 추도식…"우리들이 이겼습니다"
by김미경 기자
2017.05.23 02:40:40
…시대를 앞서간 그대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고향 경남 김해 봉하마을서 엄수
문재인 대통령 휴가 후 참석
‘참여정부 계승’ 메시지 전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키로
앞서 도종환 헌시 낭독 오열
|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겼다던 “혹시 담배를 가지고 있느냐” “사람들이 지나가네”란 단 두 마디 말. 그 이야기가 자꾸 마음에 걸려 그를 추억하는 이들은 이곳 부엉이 바위에 오르면 담배 한 대 물게 되는 게 아닐까(사진=김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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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사람은 가도 정신은 남는다’.
‘클라우드9’를 즐겨 피웠다. 그의 마지막 삼락(三樂)은 독서, 글 쓰기 그리고 담배였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동네 슈퍼에서 담배를 문 모습은 ‘인간 노무현’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2009년 5월 23일. 8년 전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그는 “대단히 충격적이고 슬픈 소식”이라며 “노 전 대통령께서 오늘 오전 9시30분경 이곳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운명하셨다”고 전했다. 2008년 2월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로 내려온 지 15개월 만이며,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지 24일 만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모역에서 치러진다. 친구이자 동지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권양숙 여사는 물론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정의당 심상정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등도 참석한다. 이해찬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권선택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 역시 추도식에 총집결할 예정이다.
9년 만의 정권교체로 올해 추도식은 예년과 사뭇 다를 전망이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추모제에서는 환호와 눈물이 교차했다. 시민들의 발길도 더해져 이번 추도식은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추도식을 시작하는 인사말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한다. 문 대통령은 무대에 올라 노 전 대통령을 기리고 국민화합을 강조하는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공식 추도사는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맡는다. 대통령의집 안내해설을 하는 자원봉사자 2명도 무대에 올라 시민추도사를 낭독한다.
가수 한동준의 추모공연, 추도사 낭독, 추모영상 상영, 추모시 낭독, 나비날리기, 문 대통령·유족 인사말, 추모공연 ‘강물처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참배 순으로 진행된다. 추도식은 ‘사람사는세상’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라이브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23일 아침 7시 서울역에선 영등포역, 수원역, 천안역, 대전역을 거쳐 진영역까지 왕복하는 봉하열차가 출발한다. 전국 곳곳에선 추도식장으로 가는 봉하버스도 운행한다. 묘역에서 1.5㎞가량 떨어진 더 봉하센터 주차장까지만 개인 차량이 들어갈 수 있고, 봉하마을까지는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 무대에 올라 직접 쓴 헌시를 낭독하며 오열했다(사진=유튜브 영상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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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추모제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에서 시인인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헌시를 낭송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도 의원은 무대 위로 올라 “사랑하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도종환입니다”라고 인사한 후 직접 쓴 헌시 ‘운명’을 낭독했다.
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 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 치열한 희망으로 바꿔온 그 순간을”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시를 읽어내려가며 가슴이 벅차 오르는 듯 눈물을 흘렸다. 그의 모습을 보며 시민들 또한 눈물을 훔쳤다.
도 의원은 끝으로 “당신이 추구하던 의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 그 이상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그 꿈을 지상에서 겁탈의 현실 속에서 이루고자 합니다”라며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라며 헌시를 마무리 지었다. 특히 이 마지막 구절에서는 감정에 북받쳐 결국 오열했다.
이날 유튜브에는 ‘도종환 운명 오열하며 낭독-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의 조회 수는 8만건을 기록했다.
시인 도종환
운명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
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
치열한 희망으로 바꿔온 그 순간을
순간의 발자욱들이 보이십니까
당신 거기서도 들리십니까
송곳에 찔린 듯 아프던 통증의 날들
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바꾸어 이겨낸 승리
수만마리 새 떼들 날아오르는 날개짓같은 환호와 함성
들리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보고싶습니다
당신 때문에 오래 아팠습니다
당신 떠나신 뒤로 야만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어디에도 담아둘 수 없는 슬픔
어디에도 불지를 수 없는 분노
촛농처럼 살에 떨지는 뜨거운 아픔을
노여움 대신 열망으로 혐오대신 절박함으로 바꾸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아카시 꽃이 하얗게 지는 5월이 오면
나뭇잎처럼 떨리며 이면을 드러내는 상처
우리도 벼량 끝에 우리 운명을 세워두고 했다는 걸
당신도 알고 계십니까
당신의 운명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우리의 운명
고통스런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드리며
지금 우리
역사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대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타오르되 흩어지지 않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성찰하게 하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순간순간 깨어있고자 했습니다
당신의 부재
당신의 좌절
이제 우리 거기 머물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당신이 추구하던 외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
그 이상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그 꿈을 지상에서 겁탈의 현실 속에서 이루고자 합니다
보고싶은 당신
당신의 아리고 아프고 짧은 운명 때문에
많은 날 고통스러웠습니다
보이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