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경훈 기자
2017.03.12 05:00:00
식물서 약효 성분 특화시킨 ''전통의 과학화''
타미플루·아스피린·탁솔 모두 천연물
경쟁력 확보 위한 정책 필요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보통 의약품은 화학물질을 혼합해 만듭니다. 최근에는 동물의 세포를 이용해 만든 바이오의약품이 고부가가치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그런데, 현대적인 약이 나오기 이전에는 풀이나 나무뿌리, 열매를 약으로 썼죠. 이는 동서양이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래 전부터 썼던 식물에서 약효성분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제품화한 것을 ‘천연물신약’이라고 합니다. 2000년 관련 법이 만들어지면서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연구개발한 의약품으로, 조성성분과 효능이 새로운 의약품’으로 정의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식물(植物)성 의약품’이라는 뜻의 ‘botanical drug’ ‘herbal medicinal product’라는 용어를 씁니다. 중국에서는 ‘전통중의약품(tradition Chinese medicine)’이라고 합니다.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다고 쌍화탕이나 활명수 같은 약만 떠올리기 쉽지만 식물성분으로 만든 약은 의외로 많습니다. 독감치료제로 유명한 타미플루는 향신료로도 쓰는 ‘팔각’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고,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항암제인 탁솔은 주목나무 껍질에서 성분을 추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녹십자는 자생한방병원과 공동으로 연구개발해 진통제인 신바로를 만들었고, 안국약품은 감기약인 시네츄라시럽을 개발했습니다. 동아ST는 위장약인 스티렌, 소화불량약인 모티리톤을 상용화했고, 파킨슨병치료제,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PMG제약은 관절염약 레일라, 영진약품은 아토피치료제 유토마를 개발했습니다. 신약 후보물질이 제품화에 성공하기까지 10% 미만의 성공률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전통적으로 쓰던 약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천연물신약에 대한 연구도 활발합니다. 국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중 20% 정도가 천연물신약이라는 통계자료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천연물신약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천연물신약이란 용어와 정의가 약사법 상 신약과 정의가 달라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규정을 삭제했습니다. 화학약보다 부작용이 적다고 오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지요. 광고에도 ‘천연물신약’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혼란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작정 없애기 보다는 실질적인 경쟁력을 키울 방안이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