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메 플렌자 "한글, 지나칠 수 없게 독특하고 아름다워"

by김용운 기자
2016.11.24 00:40:00

세계적인 공공미술가 하우메 플렌자
롯데월드타워 내 공공미술작품 공개
한글 활용한 인체 조형작품 ''가능성
"시민에게 시적인 휴식 공간 되길 바라"

스페인의 공공미술작가 하우메 플렌자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아레나광장에 설치한 조형물 ‘가능성’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글은 처음 보면 세계 어떤 사람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글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른 작품을 할 때보다 한글의 크기를 크게 드러냈다.”

세계적인 공공미술가로 평가받는 스페인의 하우메 플렌자(61)가 한글을 소재로 한 공공미술작품 ‘가능성’(Possibilities)을 서울에 선보였다. 플렌자는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에비뉴엘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롯데월드타워 아레나광장에 설치한 조형물 ‘가능성’의 제작 의도와 공공미술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플렌자는 “서울에 설치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알파벳과 라틴어·히브리어·힌두어 외에도 ‘하늘’ ‘사랑’ ‘벗’ ‘꿈’ ‘풍요’등 구체적인 한글단어를 많이 사용했다”며 “다른 언어의 글자도 제각기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특히 한글은 다른 글자와 비교했을 때 독창적인 조형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1년에 걸쳐 제작했다는 ‘가능성’은 다양한 크기의 글자를 붙여 사람의 형상을 구현한 작품.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만들었으며 높이 8.5m 둘레 5.3m에 달한다. 바닥에 LED 조명을 설치해 밤에는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관람객은 작품 안에 들어가 감상할 수 있다.



플렌자는 “공공장소에 미술작품을 설치할 때는 그 공간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다”며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놓인 작품이기에 자칫 왜소하게 보일 수 있는 사람과 거대한 건물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공공미술에 대한 철학을 묻자 플렌자는 “작품을 만들 때 놓이는 공간에 따라 책임감이 다르다”며 “공공장소에 놓일 작품을 만들 때는 그 장소가 가진 사회·역사적 맥락 안에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답했다. 이어 “결국 아름다움이란 시적인 휴식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에게는 언어장벽이 있지만 감정은 그 장벽을 넘기기에 각기 다른 사람이 ‘가능성’ 앞에서 사진을 찍고 그 안에 들어가 둘러보며 삶의 여러 문제에서 잠시나마 보호를 받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2004년 미국 시카고의 밀레니엄파크에 설치한 ‘왕관 분수’(Crown Fountain)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플렌자는 2011년 미국 뉴욕 메디슨스퀘어파크의 거대한 두상조각인 ‘에코’(Echo)등을 통해 공공미술의 거장으로 떠올랐다. 이런 공로로 지난해 GFAA(Global Fine Art Award)의 공공미술상을 받았다.

전시를 기획한 롯데물산의 이윤석 마케팅팀장은 “플렌자의 ‘가능성’ 외에도 롯데월드타워 내에 체코 아티스트그룹 라스빗의 ‘다이버’와 전준호 작가의 ‘블루밍’, 김주현 작가의 ‘라이트 포레스트’ 등을 설치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와 휴식을 즐기고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