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시장 잡아라'…제주항공·진에어, 같은 고민 다른 방법

by임성영 기자
2016.09.04 08:00:00

제주항공, 저가항공 동맹체 가입해 간접 진출…뛰어난 효율성·여객 급증 효과는 크지 않아
진에어, 장거리 노선 직접 운항…여객 트래픽 증가 효과 커·리스트 부담도↑

제주항공 여객기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원화 강세로 황금기를 맞은 국내 저가항공사가 더 높이 날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장기 성장성 확보를 위해 ‘네트워크 확장’에 돌입, 치열한 경합을 예고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저가항공을 이용한 여객 수는 전년 대비 27.1% 증가한 276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여객성장률 17.0%와 대형항공사 성장률 12.1%를 크게 웃돈 수준이다.

제주항공(089590)은 지난 5월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저가항공사 동맹체 ‘밸류 얼라이언스(Value Alliance)’에 가입했다. 밸류 얼라이언스는 제주항공을 포함해 세부퍼시픽, 타이거에어싱가포르, 타이거에어오스트레일리아 등 8개 항공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항공기 수는 총 176대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160개 도시에 운항하고 있다.

밸류 얼라이언스는 에어블랙박스(ABB) 시스템을 적용한다. ABB시스템이 운영되면 중동까지 가는 고객이 제주항공을 이용할 경우 제주항공 홈페이지에서 동남아까지는 제주항공 항공권과 동남아부터 중동까지는 밸류 얼라이언스 항공사 항공권을 구매해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 진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대부분의 동맹체들이 적용하고 있는 인터라인 방식은 홈페이지를 통한 좌석 예약만 가능하지만 ABB시스템은 좌석 예약과 함께 좌석선택, 기내식 서비스 예약도 가능해 더욱 편리하다”면서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엔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간접 진출은 여객수 증가 측면에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는 없지만 투자 대비 결과라는 ‘효율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인천 노선을 운항하는 회원사가 인천-괌, 사이판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제주항공 노선과 연계판매를 하면 해외 판매 인프라가 미미한 제주항공 입장에선 인바운드 여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대로 제주항공을 이용해 인천-마닐라 노선을 이동한 여객은 싱가포르·중동·호주까지 취항하는 회원사 노선을 통해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다. 이는 중장거리 아웃바운드 여객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제주항공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진에어는 장거리 노선용 항공기를 들여와 운항하는 직접투자 방법을 선택했다. 진에어는 국내 LCC 중 최초로 B777-200ER(393석 규모)를 도입해 지난해부터 하와이 호놀룰루 취항을 시작했다. 올 하반기에도 대형기 1기를 추가로 도입해 호주 케언즈 취항에 나설 예정이다.

진에어가 선택한 직접 투자 방법은 확실한 여객 트래픽 증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다만 비용 증가와 리스크가 수반된다는 단점이 있다. 장거리 노선을 직접 운항하면 대형 비행기를 도입함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급증한다. 외화부채가 늘어나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도 많이 받게 된다. 또한 계절에 따라 취항하는 장거리 노선 수요의 변동성이 크면 그에 따른 실적 변동성도 커진다. 정비 관리비와 현지 체류 비용, 기내 서비스 제공 비용 등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진에어는 지난 2분기 7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진에어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을 취한한다고 해서 실적에 극단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 “단기적인 결과보단 블루오션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