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한국에서만 쩔쩔매는 글로벌 보톡스업체들

by강경훈 기자
2016.07.04 06:00:00

국내사 ''품질'' ''가격'' 앞세워 외국산 제품 빠르게 대체
세계 1위 ''보톡스'' 국내선 3위
아시아는 물론 ''보톡스의 고향'' 미국에도 진출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일명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우수한 품질과 저렴한 비용을 앞세운 국산 제품이 초기 시장을 키웠던 외국산 제품을 압도하고 있다.

◇세계 1위 ‘보톡스’ 국내선 10%대로 3위

세계적으로 보톡스를 만드는 회사는 8곳이다. 이 중 3곳이 국내 업체다. 미국 제약사인 앨러간의 ‘보톡스’가 74%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이고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가 약 15% 점유율로 2위, ‘내성 없는 보톡스’로 알려진 독일 멀츠의 ‘제오민’이 3위(7%)다. 국내 제약사인 메디톡스(086900)의 ‘메디톡신’은 세계 점유율 2% 정도로 4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1000억원대의 국내 시장을 놓고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메디톡신이 40% 정도로 1위, 휴젤(145020)의 ‘보툴렉스의’가 30% 정도로 2위다. 앨러간의 보톡스는 3위에 불과하고 초기 초창기 앨러간의 파트너였던 대웅제약(069620)의 ‘나보타’가 4위이다.

보톡스 글로벌 시장 점유율(왼쪽)과 국내 시장 점유율 비교(자료=신한금융투자, 각 사)
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석권한 이유는 ‘대등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사각턱 축소 시술을 기준으로 국내 제품은 5만~10만원 정도지만 외국산 제품으로 시술할 경우 비용이 10만~20만원으로 약 두배나 된다. 경쟁이 치열한 서울 강남의 경우 일부 의료기관에서 특정 시술을 받으면 국산 보톡스 시술을 무료로 해 준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외국산 제품은 출시 초기나 현재나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우수한 품질 앞세워 세계시장 진출



국내 기업이 단순히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메디톡신은 대만, 중국,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워 진출해 있으며 매출의 절반 정도를 수출이 차지한다. 대부분의 보톡스는 가루로 된 제품을 희석해 주입하지만 메디톡신은 액상형 제품을 개발했다. 관리 중에 생길 수 있는 오염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메디톡신은 이 기술을 앨러간에 수출했으며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또 제오민과 같이 내성을 줄인 제품도 개발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휴젤도 미국 진출을 위해 FDA의 임상승인을 받아 조만간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며 대웅제약은 개발 초기부터 미국의 성형외과 의사들을 파트너로 정하고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해 현재 끝낸 상태다.

◇“약마다 미묘한 차이, 목적 맞게 써야”

보톡스는 근육을 수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코린을 차단해 근육의 움직임과 크기를 줄인다. 사시, 안면경련, 이갈이, 소아뇌성마비, 다한증, 뇌졸중, 근막통증증후군, 편두통, 요통, 전립선비대증, 과민성방광, 요실금, 성대결절, 치질 등 내부 근육의 힘을 빼면 증상이 좋아지는 질병에 효과적이다.

외국에서는 보톡스 사용의 절반 정도가 치료목적이지만 국내에서는 미용목적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임 원장은 “국내산 제품 출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정 제품으로 시술해 달라는 환자들도 있다”며 “하지만 보톡스는 주사한 부위에만 작용하거나 주변으로 넓게 퍼지는 등 제품별로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특정 제품만 고집하기 보다는 사용 목적에 맞춰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산 보톡스 제품들. 왼쪽부터 메디톡신(메디톡스), 보툴렉스(휴젤), 나보타(대웅제약). (사진=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