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3저의 역설]⑤해외자원개발 업계는 속이 탄다
by최훈길 기자
2016.01.19 05:01:20
저유가로 싼값에 자원확보 기회 왔지만 분위기 냉랭
해외는 투자 늘리는데 해외자원개발 예산 73% 급감
|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 저유가 상황의 파급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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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2.5%. 11.9%. 지금은 믿기 어려운 수치이겠지만 우리나라가 지난 1986~1988년 실제 기록했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다. 이른바 ‘3저(저유가·저금리·원화약세)’ 덕이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 경제에 다시 ‘신 3저’가 찾아왔지만 환호성은 들리지 않고 아우성만 점점 커질 뿐이다. 왜 그럴까. 이데일리가 연초부터 요동치는 우리 경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저유가 시기에는 자산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에서 해외 자원확보에 호기(好機)입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때 자원외교 논란으로 해외자원개발 업체들 모두 범죄집단으로 낙인 찍혔습니다. 박근혜정부 들어 신규사업은 꿈도 못 꾸지요. 한마디로 한국의 해외자원개발은 ‘올스톱’ 됐습니다.”
A 해외 자원개발 업체의 한 관계자는 속 타는 심정을 이같이 토로했다. 국제유가가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신 3저 시대는 국내 해외자원개발 업계에 호재다. 하지만 실상은 정치적 논란에 발목 잡혔다.
전문가들은 ‘군살빼기’로 체질개선을 하되 자원개발 실리를 취하는 장기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중·일 해외 자원개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예산은 958억원으로 지난해 3594억원에 비해 73% 삭감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13% 증가한 632억5000만엔(5898억원)을 책정한 일본의 예산보다 6배가량 작은 규모다.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성공불융자 예산은 ‘눈 먼 돈’ 논란 속에 올해 전액 삭감됐다.
B 업체 한 관계자는 “성공불융자는 지원 액수가 크진 않지만 오너에게 ‘정부지원금도 있다’며 투자를 권유할 때 효과가 컸는데 이것마저 끊겼다”면서 “그동안 성과가 신통치 않아 업체에서도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일본 인도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호기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업체의 부채가 심각한 수준이고 사업실적도 신통치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2년 이후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총 35조8000여억원을 투입하고도 성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2008~2014년 12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횡령 혐의 등 최고경영자(CEO) 비리까지 겹쳤다.
C 업체 한 관계자는 “저유가 호기를 맞아 투자 환경이 좋더라도 부채부터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투자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고 정책적으로 ‘교통정리’부터 해줬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다음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 관련 연구용역이 끝나면 이르면 다음달 에너지 공기업 3사에 대한 구조조정 골자가 확정될 전망이다. 장영진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저유가 상황을 고려해 자원개발 문제를 어떻게 풀지 일본 인도 중국 등 해외 사례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체질을 개선하고 투자 물꼬를 트는 방안을 비롯해 자원개발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지식경제부 에너지정책전문위원)는 “경기는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저유가 때인 지금부터 해외자원개발을 준비하지 않으면 장래에는 큰 손실을 볼 것”이라면서 “자원개발 유지 기조를 세우고 탐사 작업보다는 시장에 나온 괜찮은 광구, 자원을 구매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내실화 대책을 세우고 총선 이후 정치적 문제를 풀어 나가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