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무풍지대라고?" '전세 실종' 세종시에 무슨 일이…
by정수영 기자
2016.01.06 05:00:00
상반기 입주 물량 600여가구 불과
3월 안전처 등 이전..수요 증가세
올 들어 전셋값 3000만원 껑충
청사 인근은 매물 사라진지 오래
집도 안 보고 계약금 먼저 걸기도
| △지난해 전셋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세종시가 연초부터 때 아닌 전세난을 겪고 있다. 세종시로 이전하려는 수요는 많은데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서다. 세종시 첫마을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L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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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오전까지만 해도 나온 전셋집이 하나 있다고 했거든요. 오후에 보러 가려고 다시 전화했더니 그 새 나갔다는 겁니다. 요즘엔 집도 안 보고 전세 계약금부터 넣는대요.”
얼마 전 세종시로 인사 발령이 나 다급하게 집을 알아봐야 할 처지인 직장인 최모(35) 씨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마땅한 전셋집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최씨는 세종시에 전셋집 구하는 일을 ‘식은 죽 먹기’로 생각했다. “작년에 세종시 아파트 공급 폭탄이니, 전셋값 하락이니 하는 기사가 많았잖아요. 그래서 쉽게 전세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죠. 하지만 현실은 다르네요.”
전세 무풍지대라던 세종시가 연초부터 시끄럽다. 전셋집이 동났기 때문이다. 세종시 어진동 H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전세 거래가 늘더니 연초엔 아예 전세 물건이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전세가 워낙 귀하다보니 부르는 게 값이 정도다. 최근 거래된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3단지 전용 59㎡짜리 아파트 전셋값은 1억 6000만원으로, 작년 하반기에 비해 2000만~3000만원 올랐다. H공인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 인근엔 전세 물건도 없지만, 간혹 1000만원씩 높게 나와도 바로 계약이 된다”며 “앞으로 2억원까지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시 전세난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세종청사까지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한 곳에 있는 아파트 전세가 동나자,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인 고운동과 아름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까지 오름세다. 다음달 입주하는 세종시 고운동 ‘중흥S클래스 에듀카운티’ 아파트는 현재 전셋값이 전용 59㎡형의 경우 1억 4000만~1억 5000만원, 84㎡형은 1억 7000만원대다. 지난해 하반기 보다 평균 3000만원씩 올랐다
일부 집주인들은 전셋값 상승세에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고운동 힐스공인 관계자는 “입주 시기가 한 달도 채 안 남았는데, 전셋값이 계속 오르자 잔금 치르기 바로 전까지 더 기다렸다 계약하려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약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완전 딴판이다.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지난 한해 동안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은 0.23% 하락했다. KB국민은행 통계에서도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이 1.53%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전셋값이 하락한 것이다. 고운동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 가을까지만해도 전셋값이 1억원을 밑돌던 25평(전용면적 59㎡)짜리 아파트가 수두룩했다”며 “지금은 2억원 가까이 줘도 전셋집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두어 달 만에 세종시 전세시장이 반전 상황을 맞은 것은 우선 아파트 입주가 대부분 마무리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13년 첫 입주를 시작한 세종시는 그 해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했다. 당시 입주한 아파트는 3438가구가 전부로 수급 불균형이 심각했다. 하지만 이후 2014년 1만 4300여가구, 지난해는 1만 7300여가구가 쏟아지면서 ‘역전세난’까지 빚었다.
그런데 올해는 총 7343가구가 입주 예정으로, 이 중 전세로 얻을 수 있는 분양아파트는 3420가구가 전부다. 특히 올해 상반기 입주 물량은 2월부터 집들이하는 고운동 에듀카운티 607가구에 불과하다.
반면 당장 세종시에 둥지를 틀어야 하는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 등 4개 기관(1585명)이 오는 3월까지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 지난 10월 이 계획이 확정 고시되면서 전셋집 수요가 급증했다. 최씨처럼 뒤늦게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로서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내년 주택 매매시장에 대한 흐릿한 전망이다.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로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고 원리금을 처음부터 동시에 갚아야 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자 지난해 말부터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섰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세종시는 입주 물량에 따라 전셋값 등락폭이 큰 곳으로, 올해는 입주 물량이 적어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에는 1만 3000여가구가 추가로 입주하기 때문에 숨통은 트이겠지만, 이곳도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 전셋값 상승 흐름을 끊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