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5.09.02 04:01:01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前)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미국판 반값 등록금 공약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4년제 공립대 학생들이 빚을 내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내리고 대신 대학의 빈 곳간은 연방정부가 3500억달러의 보조금으로 채워주겠다는 것이다.
힐러리 뿐만이 아니다.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주립대 등록금을 낮추겠다고 공언했고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州) 상원의원은 4년제 공립대 등록금을 없애겠다는 파격 제안을 내놨다.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학자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공약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그만큼 값비싼 미국 대학 학비와 이를 내기 위해 미국 대학생들이 받는 학자금 대출은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미국 대학 학자금 대출총액은 1조4000억달러(1652조원)에 달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나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사용액 등은 계속 감소했지만 유독 학자금대출은 늘었다. 2007년 5470억달러에 비하면 무려 세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제 개인 부담으로 치부할만한 수준은 넘어섰다. 학자금 대출이 미국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악성 대출부터 걱정해야할 판이다. 미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학자금 대출을 1년 이상 연체한 미국인은 690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40만명 늘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미국인 가운데 17%가 심각한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인 상황이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학자금 대출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하는 창업이 주춤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규모는 작년 말 10조7000억원으로 4년새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학생 1인당 평균 대출액은 700만원이 넘는다. 11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비하면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연간 등록금 1000만원 시대인 만큼 미국처럼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학생수는 작년 말 2만명을 넘어섰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는 하지만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견뎌내기엔 88만원 세대, 3포 세대 등 너무 많은 불안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가뜩이나 고령화 저출산으로 경제활동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가장 역동적으로 일해야할 사회 초년병이 출발부터 삐걱대고 의욕을 잃는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특히 곧 사회에 나가 주도적인 소비주체가 돼야 할 20~30대가 출발부터 빚부터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내수를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멀리 내다보고 가계부채 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빚 부담 해결안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