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방성훈 기자
2015.06.15 06:10:00
가스公·석유公 수도권서 '메르스 청정지역' 찾아 피신
한전·한수원 등 중동 파견 직원..귀국휴가 미뤄
[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본사 이전으로 경기도 분당에서 대구 혁신도시로 일터를 옮긴 한국가스공사(036460) 직원 김모씨는 원룸을 얻어 생활하는 기러기 아빠다. 그는 요즘 주말에도 서울에 있는 자택에 올라가지 않는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이다.
대신 서울에 있는 초등학생 아들과 딸, 아내가 모두 대구로 내려와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지난주에 휴교를 하면서 아내도 휴가를 내 ‘메르스 청정지역’인 대구로 피신을 온 것이다.
김씨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가득한 서울 풍경이 뉴스에서 보도되면 대구 시민들은 ‘왠 호들갑’이냐고 할 정도”라며 “대구에선 메르스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어 “가족들과 대구에서 함께 지내면서 서울과는 다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최근엔 미혼인 경우를 포함해 비슷한 직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해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는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에게는 메르스 사태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메르스 감염 우려가 큰 지역이 서울과 경기도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수도권 인근이다보니 가족들이 자청해 지방으로 내려오고 있어서다.
울산으로 이전한 한국석유공사 직원 이모씨의 상황도 김씨와 비슷하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딸과 아내가 최근에 울산에 얻은 집에 내려와 생활을 하고 있다.
이씨는 “메르스 사태가 난 뒤 아내가 자신이 내려오겠다면서 서울에 오지 못하게 했다”면서 “아이가 보고 싶어서 평일에도 종종 서울에서 출퇴근을 했었는데, 요즘엔 울산에서 함께 지내며 피로도 덜하고 아이를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가족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으로 파견을 나간 한국전력(015760)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일부 직원들은 귀국휴가를 미뤄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는 곳은 대구 울산 광주 제주 등이다. 이들 지역의 지자체들은 메르스 청정지역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도 산하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메스르가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