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땐 총수도 고발..실효성 "글쎄"

by윤종성 기자
2014.08.21 06:00:09

공정위, 위반액 200억원 이상 지분 50%때 고발 추진
내부 고발 외 증거확보 안돼..부당성 평가기준도 모호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앞으로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할 경우 법인은 물론, 법 위반 행위에 관여한 총수일가도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 하지만 고발기준이 애매해 고발 지침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와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행위 등에 대한 고발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고발지침을 개정·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통해 총수일가 또는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 검찰에 고발된다.

법 위반점수가 3점 만점에 2.5점 이상일 경우 고발 대상이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부당성의 정도, 위반액, 총수일가의 지분보유비율 등을 고려한 계량화된 ‘고발 기준’도 만들었다. 공정위가 최근 5년간 총수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검찰 고발 대상은 총 9건 중 4건에 달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공정위가 매기는 법 위반 점수는 건 별로 최대 3점. 이 가운데 검찰 고발 대상은 법 위반 점수가 2.5점을 넘어설 경우에 국한된다. 법 위반 점수가 2.5점 이상인 경우는 부당성의 정도가 크면서 위반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해당 회사가 특수관계인 지분보유 비율이 80% 이상어야 하는 등 극히 일부다.

부당성의 정도를 평가할 정량적인 기준이 없어 공정위가 임의로 ‘크다-보통-작다’ 등을 판단해야 한다. 배영수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은 “부당성의 정도는 공정위 의결을 통해 결정되지만,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특수관계인의 지분 비율이 50% 이상인 회사가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에 속하는 기업 수도 많지 않다.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 가운데 특수거래인의 지분 비율이 50%가 넘는 곳은 129개사(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특수관계인 지분이 80%가 넘는 회사는 86개사 뿐이다.

총수일가가 법 위반 행위에 관여했다는 물적 증거가 없으면 검찰 고발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총수일가가 지시했다는 증언이나 서류 등을 확보해야 하지만, 내부 고발 외에는 정황 증거 확보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법 위반 점수가 누적되는 것도 아니다. 건 별로 법 위반 점수가 2.5점 이상일 경우에만 검찰 고발 대상이 되며, 추후 법 위반 행위시 참작되지 않는다. 총수일가가 검찰 고발되지 않는 선에서 사익편취 규모 등을 조작할 가능성도 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회계사는 “위반액 200억원 이상, 특수관계인 지분보유비율 50%라는 기준 자체가 너무 높게 설정됐다”면서 “현실적으로 검찰 고발 등 제재 대상이 될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실성이 결여된 제재 방안은 총수일가에게 면죄부가 될 수도 있다”며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보다 현실적인 제재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 공정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