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형 행복주택'…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물꼬 트나
by양희동 기자
2014.07.15 07:00:00
| △코레일이 추진 중인 ‘민자형 행복주택’ 첫 사업지인 서울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역 일대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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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서울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역 철도 유휴부지(5693㎡)에 ‘토지임대부 임대주택’을 도입한 이른바 ‘민자형 행복주택’ 건설을 추진키로 하면서 이 사업이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의 물꼬를 틀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레일은 당초 2010년 5월 왕십리역을 비롯해 영등포역·부산진역 등 전국 7개 철도 유휴부지를 민간에 넘겨 1~2인 가구를 위한 도시형생활주택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초소형 주택 과잉 공급이 겹치면서 사업은 수년째 진척이 없었다. 민간 업체들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비싼 토지비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코레일은 지난해 12월 관련 법 개정으로 도입된 토지임대부 임대주택에 정부가 철도부지 등 도심 유휴지에 공급하기로 한 행복주택을 접목시키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약 17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코레일 입장에선 별도 사업비를 들이지 않고 땅만 빌려주는 민영 행복주택 사업이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할 최적의 대안으로 판단한 것이다.
코레일은 전체 사업비의 30~45%에 달하는 토지비 부담을 줄이면 민간 임대주택도 사업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도심 역세권은 임대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 비싼 땅값만 해결되면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민간 사업자가 입주자 선정 및 임대료 산정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심 역세권 철도 유휴부지를 빌려 짓는 민영 행복주택은 토지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원래 민간 임대주택은 법률상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고 입주자를 모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심지의 경우 토지 매입비가 비싸
분양이 아닌 임대주택을 지어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 그렇다고 주택 임대료를 높이면 정부와 지자체 등이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공실이 늘어날 위험도 있다. 민간 사업자 입장에선 도심에 임대주택을 공급해도 별다른 실익이 없는 것이다.
코레일은 이런 기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토지임대부 임대주택 방식을 도입키로 한 것이다. 공공은 토지 임대료를 받으면서 사업비 부담없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고, 민간은 토지비를 낮춰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업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부동산 개발업체 ㈜신영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가 입지 좋고 임대 수요도 풍부한 역세권 토지를 빌려서 임대사업을 하도록 하는 방안은 참신한 구상”이라며 “다만 토지가 없으면 주택기금이나 은행권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만큼 임대료 책정과 주택 규모 결정 등에서 업체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지 임대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법적으로는 민간 임대주택의 입주자 선정 및 임대료 책정 권한이 사업자에게 있지만, 정부와 각 지자체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은 서민층에게 저렴하게 공급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민간이 충분한 운영 자율성을 보장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복주택 등 공공 임대주택의 경우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입주 대상 선정 및 운영을 책임지기 때문에 시가 검토할 부분이 많지 않다”며 “반면 토지 임대 방식의 민간 임대주택은 실제 사례가 없어 시의 임대주택 공급 기준에 맞는지 자문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민영 행복주택 사업 추진이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입지가 좋은 도심에 저렴한 임대료로 땅을 제공하면 민간 참여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공공부지를 활용하면 민간의 자율적인 운영이 어려운데다 임대료 규제도 받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접근성이 좋은 역세권 철도부지에 들어서는 토지임대부 임대주택의 경우 임차 수요가 풍부한 게 장점”이라며 “나중에 주택을 기부채납하더라도 사업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택 건설 비용 조달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간 사업자가 공공 토지를 싸게 이용하는 만큼 그에 따른 주택 임대료 통제 등을 예상할 수 있다”며 “임대료 등 각종 규제는 수익성 저조로 이어질수 있어 사업이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