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M&A 약발이 안 먹힌 이유

by지영한 기자
2010.08.24 06:45:23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뉴욕증시가 23일(현지시간)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소식을 호재로 장중 반등을 시도했지만,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로 결국은 약세로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최근 5주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늘 월가에는 비료 업체 포타쉬코프 인수 전에 중국 시노펙, 중국투자공사(CIC) 등이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전해졌고,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3PAR 인수전에 휴렛팩커드(HP)가 가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뉴욕증시는 장중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통상 기업들은 향후 사업전망에 확신이 설 때 M&A에 나서는 만큼, 투자자들은 기업 간 M&A를 호재로 인식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실업률이 높고, 소비지출이 취약한 상황에서, M&A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M&A가 인력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케이스 스프링거 캐피털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리 서비시스 사장은 최근 상장 기업들의 M&A 딜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같은 현상이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의지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상장 기업들은 현재 현금 및 단기투자금을 2조300억달러나 깔고 앉아있어, 고용을 늘리거나 사업 효율을 위해 기업 인수를 추진할 여유가 있지만, 지금 당장은 이들이 고용보다는 효율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늘은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주에 대기하고 있는 경제지표들은 대체로 부진한 수치를 내보이며, 경기둔화 내지 더블딥 리세션(경기가 회복하다 재차 위축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니엘 모간 시노버스증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경제)는 현재 벽에 부딪혔고, (경제지표 등) 모든 것이 게걸음을 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 존슨 어드바이저스의 휴 존슨 회장도 "경제와 기업실적에 아주 깊은 우려가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제가 매우 약하고,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리란 점을 모든 (경제)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다"면서 "더블딥의 가능성이 주식시장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더블딥 리세션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미국경제가 올 하반기들어 많이 삐걱거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당장 내일 예정된 7월 기존주택판매 지표도 전월에 비해 부진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금요일에 대기하고 있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한달 전에 발표된 연율 2,4%에 크게 못 미친 1.3%로 하향 수정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스코트 렌 웰스파고 어드바이저스 스트래티지스트는 "전체 경제에 비해 기업들의 사정은 당분간 좋을 수 있지만,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아주 조만간 매출 성장을 확인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비용절감 측면의 이익 개선 만으로는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고, 실질적인 회사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