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09.10.26 07:47:57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사상 유례없이 치열했던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로써 타이거즈는 전신인 해태 시절까지 합치면 사상 열번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사실 `해가 지지 않는 왕국` 타이거즈는 2000년대 들어 롯데 자이언츠와 더불어 최약체에 불과했다.
그런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올해 환골탈태한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 비결은 지난달부터 전세계에서 가장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우리 증시에 던지는 시사점도 적지 않아 보인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장기간 하위권에 머물면서 펀더멘탈을 확실하게 쌓았다는 점이 기아의 우승 배경 중 하나다.
SK 와이번스 코치시절 김성근 감독의 영향을 받은 조범현 감독을 영입하면서 눈앞의 성적보다는 기본기 위주로 철저한 훈련을 거듭했고, 이 기간중 윤석민은 물론 양현종, 유동훈, 곽정철, 손영민 등 유망주들을 팀의 핵심전력으로 키워냈다.
올들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오름세를 자랑하던 코스피시장이 부진의 늪에서 허덕대고 있지만, 지수 60일 이동평균선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으면서 오히려 바닥을 탄탄하게 다지는 것은 물론 가격 메리트를 키우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오랜 부상으로 시달렸던 이종범과 이대진 등 노장을 끌어안고 양현종, 곽정철 등은 물론 한국시리즈 MVP인 나지완과 슈퍼루키 안치홍 등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패기와 노련미를 잘 조화시킨 점도 기아의 최대 무기였다.
지난주말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의 주가 상승에서 보듯이 시장랠리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노장` IT주와 자동차주의 가격 매력이 재차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를 받쳐줄 `신예`들만 부각된다면 시장 반등은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암흑기에 변변한 외국인 용병 하나 뽑지 못했던 기아에게 올해 로페즈와 구톰슨이라는 걸출한 선발투수진의 가세는 말 그대로 천군만마였다.
기관의 지속적인 매물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증시로서는 지난주말 2000억원 넘는 외국인 매수세 유입은 숨쉴 틈을 줬다. 달러-원환율이 1150원을 딛고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 매매흐름도 부정적이진 않을 듯하다.
끝으로, `우승도 해 본 팀이 한다`는 야구계 얘기처럼 기아는 페넌트레이스 막판 어려움 속에서도 1위 자리를 잘 지켜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2년 연속 우승한 SK의 힘 앞에서도 9번이나 우승했던 관록으로 버텨냈다.
우리 주식시장 역시 탄탄한 기업실적과 거시경제 흐름은 물론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증시라는 저력은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킬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해볼 때 우리 시장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코스피지수가 가장 덜 올랐다는 말은 반대로 가격 부담이 가장 적다는 뜻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