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경제정책,감세기조 등 유지

by하정민 기자
2004.11.04 06:06:46

감세정책 유지..약달러 용인
통상압력은 다소 강화될 듯

[edaily 하정민기자] 역사상 최대 접전이라는 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 케리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부시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하더라도 경제정책은 지난 4년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감세를 통한 소비와 투자의 활성화, 이를 통한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 정책이 되풀이될 것이란 의미다. 부시는 기존 감세정책을 고수하는 것과 별도로 재정적자를 대폭 줄이겠다고 누차 공언해왔다. 그는 세금인상보다는 정부 재정지출 억제를 통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정적자 절반으로 축소..감세정책은 지속 재정적자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테러, 이라크전쟁, 고용 등에 가려 큰 이슈로 부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다음 대선에서는 재정적자 문제가 최고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 대통령의 최우선 정책 과제는 재정적자 문제 해결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첫 임기를 시작했던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2000억달러의 재정흑자를 인계받았다. 그러나 지난 4년 내내 감세정책을 실시한 탓에 올해 미국 재정적자는 41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재정적자의 3분의 2는 부시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수감소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부시는 오는 2009년까지 현재의 재정적자를 축소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렇지만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감세정책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감세정책을 영구화하는 대신 면세저축상품의 도입을 적극 늘리겠다는 복안을 내놓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미국의 저축률을 끌어올려 재정을 튼튼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부시의 구상이 성공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미국 경제조사기관 글로벌인사이트는 부시 정권 하에서 오는 2009년 미국 재정적자가 38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200억달러 정도 줄어든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10년 후인 2014년에는 재정적자가 다시 5700억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통상압력 강화..점진적 달러약세 용인 통상압력은 4년 전보다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자유무역체제를 옹호하는 부시 대통령이 재집권했지만 미국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있어 무역압력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중국의 페그제 고수 등을 비롯한 불공정 무역행위를 용인해줬다며 강도높게 비판을 가했다. 실제 미국의 경상적자도 날로 불어나고 있어 통상압력 강화는 불가피하다. 통상압력 강화와 발맞춰 부시 정권이 점진적 달러약세를 용인할 가능성도 높다.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어서고 있는 경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약 달러 정책 구사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모건스탠리 스티븐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약세를 통해 경상적자 해소, 과잉 소비 제한, 실질금리 상승에 따른 저축률 증가 등이 예상된다며 약 달러를 적극 유도하라고 권한 바 있다. 실제 부시의 첫 집권 4년동안 달러 가치는 21% 떨어졌다. 부시는 재임기간 중 달러가 35% 급락했던 레이건 이후 미국 대통령 중 두 번째로 달러 가치를 많이 떨어뜨린 대통령이다. 블룸버그통신이 26명의 외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슈왑사운드뷰자산운용의 라일 그람리 애널리스트는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와중에 경상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어 당분간 달러 강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에너지, 제약주 수혜 부시 재선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민주당만큼 환경 규제를 중요시 않는데다 부시의 감세정책이 배당소득세를 경감시켜 주식투자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메릴린치증권이 최근 세계 300여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부시 재선에 표를 던진 쪽이 전체의 과반수를 넘었다. 특히 미국 기관투자자의 60%는 케리의 승리가 주식시장에 부정적일 것으로 답했다. 정책전환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선호한 이유로 풀이된다. 부시 재집권의 수혜주는 에너지, 제약, 미디어, 방위산업 업체 등이 꼽힌다. 부시는 앨래스카 등의 에너지 자원을 적극 개발, 국내 공급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텍사스 출신답게 엑손모빌 등 미국 대형 석유업체와도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제약업체도 대표적 수혜주다. 케리는 저렴한 캐나다 약품 수입을 허용함으로써 약값 인하를 꾀하려 했으나 부시 재선으로 제약회사는 큰 호재를 맞이가게 됐다. 미디어 업체도 부시 재선을 반기고 있다. 미디어업체의 인수합병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 케리와 달리 부시는 미디어 업체들에게 매우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