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내년 기금운용 160조..국민 감시범위로

by손동영 기자
2002.10.02 06:48:32

[edaily 손동영기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게 바로 `예산`과 `정부 기금`의 관계다. 지난주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년 일반회계 예산안은 111조7000억원. 2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내년 47개 정부기금 운용규모는 159조8000억원에 이른다. 예산과 기금은 똑같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만들어진다. 다만 쓰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러면서도 기금은 국민의 감시 한번 제대로 받아본 일이 없다. 정부가 알아서 쓰는 쌈짓돈이란 얘기다. 그런 기금이 드디어 올해부터 국민의 감시범위안으로 들어왔다. ◇기금, 감시범위 안으로 지난해말 기금관리기본법이 개정되면서 기금운용계획에대한 국회의 심사제도가 도입됐다. 예산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검토하고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올해부터 기획예산처가 각 부처의 기금을 모아 한꺼번에 들여다보고, 전체 그림을 다시 그렸다. 첫 출발인 셈이다. 이제 공은 내년 예산안과 함께 국회로 넘어갔다. 각종 기금을 감시한다는 건 조성된 돈을 제대로 쓰는지, 남는 자금은 주식이나 채권등 수익성 높은 곳에 효율적으로 운용하는지를 보자는 것. 그러기 위해선 기금이 추진하려는 사업이 타당한지 출발점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예산이 할 일과 기금이 할 일을 보다 분명하게 나누는 것도 정부의 검토과정에서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기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부담이 늘지않도록, 또는 너무 무거운 부담은 덜어줄 필요가 있다. 복권 발행도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저소득층의 피같은 돈을 빨아들이는게 바로 각종 기금의 복권발행이다. 소득재분배에 철저히 역행하는 제도다. ◇내년 기금의 전체 모습 총 운용규모는 159조8000억원.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42조8157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현 주소에 따라 전체 기금의 그림이 달라지는 구도다. 이들 기금의 수입은 보험료나 부담금 징수 등 자체수입과 정부의 예산출연 등 내부수입, 차입금, 여유자금 회수로 구성된다. 특히 예산에서 가져오는 돈은 올해 2조7976억원에서 내년 2조3882억원으로 4094억원, 14.6% 줄어든다. 정부가 자랑하는 부분이다. 기금의 지출은 사업비나 운용비, 여유자금운용 등으로 구성된다. 사업비 지출규모는 올해 39조4333억원에서 내년 40조3381억원으로 불과 2.3% 늘어난다. 기획예산처가 꼼꼼히 따져보지않았다면 각 기금의 속성상 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여유자금 운용은 56조6876억원이며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39조9660억원을 차지한다. 국민연금이 절대적인 변수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소개한 특징은 정부는 우선 내년 기금수지가 6조3000억원 개선된다고 밝혔다. 재정건전화와 맞닿아있는 주장이다. 예산에서 기금으로 넘겨주는 자금이 올해보다 4094억원 줄어들 정도로. 특히 연금성 기금의 수지는 국민연금기금의 흑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내년중 16조4000억원 흑자가 예상된다. 고용안정보험료, 산재보험료 등을 인하한 것도 정부의 자랑. 7100억원대의 국민부담 경감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부담금을 깎아준 이유가 `기금이 많이 남고`, `돈쓸 곳은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그럼 올해까지 낸 부담금은 과연 적정했나. 예산과 기금이 중복해서 지원하던 사업은 주체를 일원화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을 이제서야 한 셈이다. 생활체육분야 등은 기금이, 국가대표선수 관리운영 등은 예산이 각각 맡기로 했다거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사업은 예산이, 연구개발사업은 기금이 수행키로했다는 것들이 예다. 또 기금 과목구조를 세분화, 기금관리주체가 제맘대로 기금을 아무데나 쓰지못하도록 했다. 정해놓은 대로 기금을 쓰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