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요동에 ‘시간과의 싸움’…원화표시 외평채 발행, 국회서 발목

by김미영 기자
2024.08.06 05:01:00

정부,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18~19조 발행계획
한은의 발행업무 위한 외환거래법안 처리 선행돼야
야당 반대 없는데도 폐기되고 밀리고…
美경기침체 우려에 환율 20원 변동…방파제 강화해야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김은비 유준하 기자] 정부가 올해 21년 만에 추진하는 원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계획이 국회 상황 탓에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올해 18조원 한도로 구상한 발행 규모는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계속 줄고 있다. 정부는 특히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미국의 조기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에 대응키 위한 ‘방파제’ 강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국회 설득에 사활을 걸겠단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5일 기재부와 채권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을 목표로 실무 체계를 마련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만 하면 즉각 발행할 수 있게 준비 체계를 갖추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외평채는 정부가 원화값 안정을 목적으로 조성한 외평기금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정부는 원화 절상(원·달러 환율 하락) 시에 외평기금의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이는 식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꾀한다. 정부는 2003년부터 국고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외평채 발행을 국고채와 통합하면서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을 중단했다가 올해부터 재개키로 지난해 결정했다. 올해 18조원 한도, 2025~2027년 매년 19조원 수준으로 발행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원화표시 외평채의 발행·전자등록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외국환거래법안이 국회에 발이 묶이면서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작년 말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법안소위 심의도 받지 못한 채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2대 들어 재발의한 법안도 아직 심의 시작조차 못했다. 야당의 반대 아닌 국회 파행 탓이다.



기재부 측은 “법 개정없이 원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하려면 한은의 전산시스템 예산 확보 등에만 1~2년이 소요돼 올해 발행 및 유통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늦으면 늦을수록 발행 규모가 줄어드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8월 임시회에서 법안이 처리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달 중에라도 법안이 통과되면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 규모는 연간 한도의 40%인 8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장상황에 맞는 신속한 타이밍으로 대응할 수 있고 1년물 짧은 만기의 발행으로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인 법안”이라고 했다.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 추진엔 외환시장의 개장시간을 오후3시 30분에서 익일 오전2시까지 연장하고,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이 외환시장에 직접 참가할 수 있게 하는 등 외환시장 개방성을 확대한 배경이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엔 미국이 경기침체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원화값의 급등락 변동성이 더 커지면서 외평채 발행이 더욱 주목받는 분위기다. 이날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5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1370원대로 다시 올라서며 20원 가까운 변동성을 보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금융시장의 변동성 심화, 만기가 유사한 채권의 수요 위축 등을 이유로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선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가 주를 이룬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8조원 규모로 추산하면 한 달에 2조원 정도 발행이 더 되는 셈”이라며 “지금처럼 금리인하를 공격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선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시장 소화도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기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