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쇼크 韓, 이민 개방해야…한국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 부여를"[ESF2024]

by김형욱 기자
2024.06.07 05:00:00

[18]티모시 스미딩 미국 위스콘신대 석좌교수
출산·육아휴가에 불이익 금지 등
韓 기업문화 더 많이 바뀌어야
정부 관련 보조금 지원도 늘려야
이민자, 美 경제 이롭게 해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일

[이데일리 김형욱 최연두 기자] “한국은 낮은 출산율 때문에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하고, 전례 없는 인구 문제에 직면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기업문화를 더 많이 바꾸고 이와 함께 미국처럼 이민의 문호를 열어야 한다.”

티모시 스미딩(Timothy M. Smeeding) 미국 위스콘신대 석좌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기업과 정부 지도자, 학계가 현 인구 위기를 명확히 경고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는 18~20일 서울에서 열리는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 한국의 인구 정책의 해법에 대한 지난 8개월간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티모시 스미딩 미국 위스콘신대 석좌교수
한국을 네 차례 이상 방문한 지한파 학자인 스미딩 교수는 앞선 연구 결과를 토대로 최근 ‘출산율과 이민: 한국이 가야 할 가장 좋은 방향은(Fertility or immigration: What is the best way forward in Korea?)’라는 논문을 펴냈다. 그는 이를 통해 인구 위기에 직면한 한국 사회가 변화하고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한국 가정 내에서의 남성 역할이 달라졌고, 출산·육아휴가 사용률이 바뀌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다”며 “변화한 만큼 자녀를 가지려는 근로자에게 일부 도움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부족하다”며 “정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 문화는 더 크게 바뀌어야 하며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관련 보조금 지원도 더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미딩 교수는 남녀 평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 여성의 발언권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적은데 정부는 오히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여성의 사회적 발언권을 높이는 동시에 더 많은 남성이 자녀 양육에 진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직원이 자녀를 갖거나 가족 때문에 휴가를 쓴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일을 더 줄여야 한다”며 “학계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한 일인 만큼 기업과 정부도 리더십을 더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스미딩 교수는 여기에 더해 한국에도 이제 미국처럼 이민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처럼 이민자 부모를 둔 아이를 포함해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외국 출생 아이에게 자동으로 한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민은 문화와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대한 우려를 가져오지만 그만큼 노동력과 어린아이의 수를 늘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시도”라며 “사회경제적 중요성을 깨달으면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이 있을 만큼 이민자가 세운 이민 천국이다. 3억3000만 인구 중 4000만여명이 미국 밖에서 태어난 사람이며, 지금도 매년 140만여명이 이주하고 있다. 또 미국 이민자 자녀의 87%는 미국 시민권자가 돼 미국에 새로운 젊은 피를 수혈한다. 이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낳기도 하지만, 경제·사회적으로는 큰 이점을 갖고 있다. 미국 역시 저출생 기조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인구 절벽을 걱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최근 미국이 이주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노동인구가 지금보다 520만명 더 줄어들고 재정적자 역시 7%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이는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일”이라며 “미국 역시 국경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이민을 통제할 필요는 있지만 미국 사회는 활발한 이민을 통해 인구를 젊게 유지하고 새로운 근로자를 공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를 이롭게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위스콘신대 석좌교수로 2017년 미국 정치 및 사회과학 아카데미 펠로에 선정됐다. 1983년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소를 창립, 소장으로 재직하며 23년간 연구소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OECD와 기타 기관,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인구 변화와 빈곤, 불평등 관련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자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