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2.13 05:00:00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특별감찰관 부활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KBS와의 신년대담에서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후보를) 선정해 보내는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국회의 관련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특별감찰관 부활에 먼저 나설 뜻은 없음을 시사하면서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특별감찰관법이 그렇게 돼 있으니 틀린 말이 전혀 아니다. 국회가 특별감찰관 후보 선정을 위한 논의를 해야 하나 여야 모두 코앞의 총선 준비에 몰두할 뿐 그런 논의에 나설 낌새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대통령비서실 공무원의 비위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 신설됐다. 그러나 이듬해 임명된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1년여 만에 사퇴한 뒤 지금까지 공석이다. 이에 따라 특별감찰관 도입 근거법인 특별감찰관법은 2016년부터 올해로 9년째 사문화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대로 취임 후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활동하게 했다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도 사전에 방지됐을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여야는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를 놓고 그동안 서로 공을 떠넘기며 말싸움만 거듭해 왔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에 대해 자기네가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 때에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더니 대선에서 진 뒤 태도가 돌변했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수당으로서 국회에서 논의를 이끌 수 있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책임은 더 무겁다.
현재로선 문재인 정부가 특별감찰관 업무까지 이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도입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존폐 논란에 몰려 있다. 이런 점에서 더 이상 특별감찰관 임명을 미뤄야 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 친인척 관련 논란은 국정 혼란과 국력 소모로 이어진다. 사전 방지가 훨씬 낫다. 여야는 후보 인선에서 추천까지 조속히 마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