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23.09.21 05: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F4회의를 이끌어 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매주 일요일마다 만난다. 재정·통화·금융정책 수장들이 만나 현재의 경제·금융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정책 조합을 하자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만난 지 1년이 넘어간다. 그러나 정책 엇박자 논란 뿐 아니라 마이크로 정책이 거시 정책을 흔들며 정책 시그널에 혼선도 커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 금융당국이 은행의 독과점 체제를 지적하며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제약시켰다. 이러한 기조는 올 상반기까지도 이어졌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을 소득과 무관하게 공급하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친절하게 제시했다.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 부채의 질을 개선하자는 도입 취지는 사라졌다. 4%초반에 제공되는 고정금리는 한은이 금리를 올려도 금리 변동 위험이 노출되지 않는 안전판에다 DSR규제에서도 벗어나니 빚을 더 낼 수 있게끔 해주는 디딤돌이 돼줬다.
부동산 규제도 다 완화된 판에 딱 하나 마음에 걸렸던 ‘금리’를 해결해주고 ‘추가 대출 여력’까지 확보해 준 것이다. 정부의 따듯한 대출 영업에 집값이 회복돼 가는데 뒤늦게 등장한 역전세 지원책은 마치 ‘말 안 해도 알지?’라는 확신의 그린 라이트였다.
그러더니 몇 개월째 가계대출이 증가한다며 특례보금자리론·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대상을 축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계대출 줄이기를 향한 F4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 지는 의문이다. 특례보금자리론 정책 자금이 거의 소진된 이후에야 대출 대상을 줄였다.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직접 DSR 우회 방법을 시현한 정부가 은행을 향해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을 우회한다고 얼마나 강하게 비판할 수 있을까도 물음표로 남는다. 실제로 만기를 50년에서 40년으로 줄이고 대출 대상을 축소하는 선에 그쳤다. ‘50년 만기’가 없었던 때와 비교해선 대출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반년 만에 부동산 경착륙 우려는 사라지고 집값 상승 기대와 가계대출 증가 걱정으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은은 2021년 8월 주택 가격 상승과 빚 증가의 상승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올렸고 2년여가 지나 금리가 3%포인트나 뛰었는데 다시 도돌이표다. 거시정책은 긴축이지만 마이크로, 미세 조정, 미시적이라고 표현됐던 정책들이 거시를 흔들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정책의 결과다.
이쯤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F4는 매주 만나면서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을까. F4가 정책을 철저하게 설계했다고 해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정책의 공급자일 뿐이다. 그들이 만났어야 하는 사람은 서로가 아니라 정책 수용자들이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정책 수용자가 그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에 맞춰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들여다봤어야 했다. 관치금융, 가장 가까이 있는 은행이 어떻게 베짱좋게 50년 주담대를 낼 수 있었을까. 정부가 보여준 시그널이 뭐였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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