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산물 철벽검사…오염수 방류해도 두달 내 소비회복 자신"[만났습니다]①
by공지유 기자
2023.07.27 05:00:00
[만났습니다]노동진 수협중앙회장
"평생 이런 위기감 못 느껴…어업인 불안 고조"
"아시안게임 선수, 군장병 등에 보양수산물 제공"
"정치권, 정쟁 벗어나야…정부 자금수혈 필요"
"올해 예산 2100억원, 소비 활성화·조합 지원 등 활용"
[대담=이데일리 윤종성 경제정책부장·정리=공지유 기자]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는 40%나 급감했다. 12년이 지나 당시 원전 사고의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그 때의 악몽이 떠올라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회장실에서 만난 노 회장은 “평생 어업을 해왔지만 이런 위기감을 느껴본 적 없다”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만난 어업인들도 (나와)똑같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수산물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해양수산부는 수산물이 처음 유통되는 수산물 위판장에 대한 방사능 검사 대상을 전 품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수협도 △수산물 산지 수매 확대 △소비 위축으로 어려워진 조합 지원 △수산물 소비 활성화 사업 등에 올해 총 21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노 회장은 “우리 수산물에 대한 믿음을 준다면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수산물 소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소비심리 회복의 데드라인은 ‘추석 명절’ 전이다. 수산물 괴담이 명절 밥상머리에 오른다면 실체 없는 불안감이 다시 일파만파 번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 회장은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직접 아파트단지를 찾아다니며 부녀회장들을 만나는가 하면, 기업 근로자들, 군부대 장병들에게 수산물 보양식을 공급하기 위한 협의도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다음달 열리는 아시안게임 출정식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전복, 장어 등 여름철 보양 수산물을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노 회장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보양식 잔뜩 먹고 금메달 많이 따오면 좋겠다”며 껄껄 웃었다. 인터뷰 내내 심각한 표정이던 그가 가장 크게 웃던 순간이었다.
노 회장은 오염수 ‘괴담’으로 국민을 선동하는 정치권을 향해선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어업인을 볼모 삼아 수산물 안전 문제를 더 이상 정쟁화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20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회장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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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노 회장과의 일문일답.
△평생 어업을 해 왔지만 이런 위기감을 느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사안이 엄중하고 중대하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두렵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만난 어업인들도 나와 같은 심정이다. 수협 회장은 전국 어업인을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우리 수산물과 어업인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모든 업무를 수산물 생산과 소비가 단절되지 않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수산물 생산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바로 ‘안전’이기 때문에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에 역량을 더욱 집중해 나가고 있다.
향후 수산물 소비가 크게 급감할 때를 대비해 올해 예산을 2100억원가량 편성했다. 공급 증가로 수산물 가격이 떨어지면 산지 수매를 확대해 적체된 물량을 해소하려 한다. 이에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산물 가격을 지지하고, 소비 감소로 경영이 어려워진 조합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1000억원도 편성했다. 수산물 할인 쿠폰, 배송비 지원, 시식회 등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도 100억원을 쓸 예정이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소비 진작과 함께 장기적 측면에서 수산물 소비 저변을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올해 편성된 100억원대 예산을 기반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수산물을 직접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하반기에 예정된 지역 수산물 축제 30곳을 지원할 것이다. 다음달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정식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전복, 장어 등 여름철 보양 수산물을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대적 소비 촉진 운동도 전개할 것이다. 또 근로자들에게 수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들과의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여름 을지훈련 중인 군장병들에게 전복삼계탕을 제공하는 등 군부대들과의 협의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국민을 믿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1~2개월 내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8월에 오염수를 방류더라도 안전하다는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계속 준다면 추석 전에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이다. 무엇보다 수산물의 안전을 홍보하는 게 중요하다. 대단지 아파트를 일일이 찾아가 판촉 활동을 하고싶을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다.
|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20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회장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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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다음달 안으로 방사능 분야 공인 시험검사기관으로 지정될 것이다. 지정되는 즉시 수협중앙회, 회원조합, 자회사 등 계통조직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착수한다. 검사 건수도 작년보다 약 2배 늘린 500건으로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일반업체가 신청해도 방사능 검사를 진행하고, 공인 시험성적서를 발급해줄 예정이다. 수산물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국민에게 알린다면 수산물 신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정치권이 어업인을 볼모 삼는 건 정말 잘못됐다. 우리 어업인이 생산한 수산물을 소비가 되지 않는 쪽으로 몰아가는 건 절대 안 된다. 정치권이 자꾸 나서서 이 문제를 정쟁화하는 등 부추기려 하지 말고, 어업인·수산인들 입장에서 생각해주길 바란다. 오염수 방류 전이어서 수산물 소비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정치권에서 수산물이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에서 방사능 검사를 완료한 수산물에 대해 안전필증 부착을 검토 중인 것처럼, 내가 먹는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과학적·객관적으로 확인시켜 준다면 수산물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산물 소비가 감소해 수산업 종사자들에게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생활 안정을 위한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방사능 물질이 검출된 경우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산물에 대해 전량 폐기가 불가피함에 따라 이에 대한 보상금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회장 출마 때 내세웠던 다양한 공약이 있지만,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통해 어업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큰 목표다. 앞으로 수협이 미래 100년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 어업인이 계속해서 바다를 일굴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수협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원전 오염수 문제에 수협의 사활이 걸려 있다. 바다, 위판장, 가공공장, 마트 등 수산물이 거치는 모든 곳에서 안전한 수산물만을 유통해 어업인이 수산물을 생산해내는 원동력인 수산물 소비가 되살아나는 데 전력을 다해 나가겠다.
|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20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회장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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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진해 출생 △창신대 중국어학과 학사 △창원대 행정대학원 최고관리자 과정 △제 21·22대 진해수협 조합장 △수협 비상임이사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회장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위원회 위원 △수협재단 이사장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이사 △ICA 수산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