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이익 미 정부와 나눈다…논란 불가피(종합)

by김정남 기자
2023.03.01 07:34:15

미 상무부,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신청 기준 발표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정부가 특정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을 지원할 때 초과이익을 공유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일정 기준을 넘어선 이익은 미국 정부와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아울러 군사용 반도체를 장기 공급하는 업체에게 보조금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간)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의 반도체 생산 보조금 신청 절차를 발표하면서 초과이익 공유제 등과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심사 기준을 공개했다. 신청 기업은 이날부터 의향서를 낼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지원법 서명 행사에서 웃고 있다. (사진=AFP 제공)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하고자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보조금 지원은 그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직접 보조금 △대출 △대출 보증 등의 형태다. 대부분 총 설비투자액의 5~15% 수준일 것이고 최대 35%까지 지원할 것이라는 게 상무부의 설명이다. 미국은 이런 정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적어도 두 개의 최첨단 비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설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과이익 공유제다. 1억5000만달러(약 1990억원) 이상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현금흐름 혹은 이익이 사전에 정한 규모보다 많을 경우 미국 정부와 초과이익 일부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상무부에 보조금을 신청하면서 재무계획서를 함께 제출하고, 상무부는 이를 근거로 일정 기준의 초과이익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초과이익 공유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한국 회사를 비롯한 해외 업체들 입장에서는 미국 투자를 두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국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정책을 공식 발표한 명목은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다. 최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를 조성하고 전문 인력을 키우는데 이를 쓰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상무부는 아울러 지원금을 배당금 지급 혹은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면 안 된다는 내용 역시 담았다.

또 주목할 점은 반도체 생산을 국방부와 같은 국가안보와 연결 지었다는 점이다. 국가안보 기관에 군사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장기 공급하는 사업에 우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상무부는 “국방부와 국가안보 기관은 미국 내 상업 생산시설에서 제조한 안전한 최첨단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접근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아울러 사업성도 검증할 계획이다. 해당 반도체 기업이 지속적인 투자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공장을 장기간 운영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를 위해 예상 현금흐름과 이익률 등을 검증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환경 등의 규제를 통과할 수 있을 지를 따져보기로 했다. △경제적 약자 채용 △공장 직원에 보육 서비스 제공 △미국산 건설 자재 사용 등도 제시했다.